HOME >> 사회 2003.05.08. 1752호
‘미국 명문대 전원 합격’대원외고 유학반의 비밀
포인트는 에세이! “나만의 독특한 얘기를 담아라”

서울 대원외고(교장 남봉철)가 또 한번 학부모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교내 유학 프로그램인 SAP(Study Abroad Program) 4기 졸업생 36명 전원이 최근 미국 내 20위권 명문 대학에 합격한 것이다.

▲ 올해 36명 전원이 미국 명문대에 합격한 대원외고 해외유학 준비반 졸업생들. 졸업 후 모교를 바운해 같이 포즈를 취했다.
지난 4월 17일 학교측에 따르면 국내 고교 중 처음으로 하버드대에 3명이 동시 합격한 것을 비롯해 듀크대 8명, 카네기 멜론대 5명, 스탠퍼드대 4명, 컬럼비아대와 UC버클리대 각 3명, 예일대와 프린스턴대 각 1명 등이다. 전체 학생 중 25명은 3개 이상의 대학에 합격해 최종 진로를 고심 중이다. 김지완(미국 하버드대 합격)양은 수능시험에 해당되는 학력적성검사(SATⅠ)에서 만점을 받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00년 2월 유학반 학생 9명 전원이 스탠퍼드, 컬럼비아, 브라운, 펜실베이니아대 등에 합격한 이래, 2001년 13명, 2002년 26명 등 유학반 학생 모두가 미국 상위 20위권대 최상위권 대학에 합격했다.

도대체 대원외고 유학반은 어떻게 공부하고 준비했기에 이같은 성과를 거뒀을까.

에·세·이··이·렇·게··써·냈·다 / 동화 ‘신데렐라’ 페미니스트 입장서 패러디도

대부분의 대학들이 자기 소개 에세이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선택 에세이를 추가로 요구하는 식이다. 스탠퍼드대의 경우 지난해 개인적 사연이 담긴 사진에 설명을 덧붙이는 에세이와 ‘인생의 시련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써보라’는 에세이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하버드대에 합격한 이준행(19)군은 “과외 활동에 관한 에세이, 자기 소개 에세이, 자유 주제 에세이 등 3편의 에세이를 써냈다”고 했다. 다트머스대에 합격한 임수린(19)양은 ‘기억에 남는 경험’ ‘자신에게 영향 준 사람’ 등 5개 주제 중 하나를 골라 자기 소개 에세이를 썼고, 그 밖에 과외 활동에 관한 짧은 에세이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주제는 이렇게 다양한 듯 보이지만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합격한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하버드대에 조기합격한 이준행군의 자기 소개 에세이는 ‘나의 부모는 4명’이라고 시작한다. 한국의 ‘제사’ 풍습을 끌어들여 자기 소개를 해 나갔다. 유교적이고 보수적인 부모(할아버지·할머니)와, 리버럴(liberal)하고 바쁜 부모(아버지ㆍ어머니)의 영향을 모두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임수린양은 서울 인사동에서 아르바이트로 큐레이터 하던 얘기를 자기 소개 에세이에 담았다. 또 과외 활동 에세이에는 ‘소리지르는 게 시원해 보여서’라는 제목으로 고 2 때 배운 판소리 얘기를 썼다. 임수린양은 “두 에세이의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아 추가로 동화 ‘신데렐라’를 페미니스트적 입장에서 패러디한 동화형 에세이를 써 보냈다”고 말했다.

에·세·이··준·비··이·렇·게··도·왔·다 / 공부벌레보다는 다양한 활동·경험을 표현하라

▲ 해외유학 준비반을 지도해 온 스티븐 허 수석교사.
유학반 설립 이래 전원 미국 명문대 합격 낭보(郞報)로 인한 흥분에 대해 대원외고 관계자들과 학생들은 그 공(功)의 상당 부분을 이 학교 해외유학준비반 스티븐 허(33) 수석 교사에게 돌린다. 허 교사의 진학 상담 비결은 무엇일까.

허 교사는 우선 한 미국 명문대학의 입학 담당자 얘기부터 전한다. “학생들의 지원 서류를 볼 때 재미있는 건 에세이뿐이라는 얘기를 해요. 그런데 아버지가 뭐 하고 어떻게 자라왔다는 얘기들을 보게 되면 정말 지겹다는 거죠.” 그러나 지난해 2월쯤 학생들에게 텅 빈 3학년 선배들의 교실을 보며 쓰고 싶은 얘기를 자유롭게 써보라고 했을 때 허 교사가 느낀 것은 ‘벽’이었다. 대부분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담았을 뿐 개인의 이야기는 없었다.

허 교사는 ‘벽’을 허물기 위해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을 끄집어내는 훈련을 하는 한편, 정기적으로 ‘아이디어 카드’를 작성하게 했다. 지난 몇 달 간 학교 밖 활동을 중심으로 ‘언제 뭘 했고, 누구를 만났고, 어떤 일이 있었다’는 내용을 일지 또는 메모 형식으로 정리하게 한 것이다.

“그걸 보니 각자 독특한 경험들, 독특한 만남들이 많아요. 한 친구는 소년원 봉사활동에서 원생과 생각이 달라 느꼈던 갈등을 적기도 했어요. 또 한 학생은 정치인과 우연히 만나 얘기를 나눈 사연을 적었는데, 그걸 보고 눈이 번쩍 뜨였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 때 정치인과의 인터뷰 소감을 자기 소개 에세이로 쓴 이준호(19)군은 연말, 정치학으로 유명한 조지타운대 월시(Walsh) 스쿨에 합격하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허 교사는 전한다.

허 교사는 또 “대학마다 자기 소개 에세이, 또는 봉사 활동에 관한 에세이 등 다양한 에세이를 요구하고 있지만 틀에 크게 얽매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트머스대에 특차 합격한 임수린양이 제출한 ‘신데렐라’ 패러디 동화는 당초 시카고대학에 제출하려 준비했던 글이라고 허 교사는 전했다. 또 프린스턴대에 합격한 류영호(19)군도 ‘일리아드’에 나오는 아킬레스와 아가멤논 얘기를 패러디한 글을 에세이로 보냈다.

허 교사는 “에세이를 쓸 때 문법이나 문장의 완성도는 아이들이 서로 돌려보며 개선하도록 할 정도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허 교사는 “미국 대학들은 문법이야 언제나 배울 수 있지만, 개개인의 독특한 특성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 교사는 또 “공부벌레보다는 다양한 학교 밖 활동을 하는 게 에세이를 쓸 때도, 봉사 활동을 평가 받을 때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에·세·이··준·비··이·렇·게··도·왔·다 / 공부벌레보다는 다양한 활동·경험을 표현하라

그러면 영어 공부는 어떻게 했을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특별한 비법 없이 꾸준히 공부했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자극받은 것이 무엇보다 효과적이었다”는 반응이었다.

어릴 적 9개월의 미국 체류 경험을 가진 이준행군은 영어공부 및 SAT 준비는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2학년 여름까지만 해도 형편 없는 SAT 점수를 받았다”며 “단기간에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게 SAT인 것 같다”고 했다. 이준행군은 또 “한때 뉴스위크지를 구독했는데 너무 어렵고 도움도 안돼 포기하고 나중에 헤르만 헤세 등 유명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고 말했다.

강상우(19·미국 듀크대·브라운대 합격)군도 “특별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옆에 있는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그것보다 더 큰 자극은 없었다”고 했고, 류영호군도 “유학반에 있으면 ‘그냥’ 공부를 알아서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원외고 이경만 국제교류부장은 “서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해외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모아놓다 보니 서로 영어공부나 대학입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등 학생들 서로를 통한 동기부여가 이루어진 것이 효과적이었던 같다”고 말했다.

학·교·측·의··홍·보·는··어·떻·게 / 인터넷·직접 방문 통해 ‘대원외고 알리기’ 총력

대원외고는 학생들의 방과 후 특기적성 교육의 일환으로 토플과 미국대학의 입학 자격시험인 SAT를 집중 공부시켰다. 또 봉사 활동, 학생회 활동, 체육 활동, 클럽 활동 등 공부 이외의 활동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뿐만 아니라 1997년부터는 미국 명문대학에 대원외고에 대한 인터넷 홍보를 시작했고, 99년부터는 교장선생님이 직접 미국 동부 명문 IVY LEAGUE 대학들과 스탠퍼드대학 등 명문대학들을 직접 방문, 우호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해왔다.

그 결과 매년 예일대, 컬럼비아대, 듀크대 등 명문 대학 입시관계자들이 대원외고를 직접 방문, 학생들을 상대로 입시설명회를 갖기도 한다.


◆ 미국 명문대서 공부해 보니


“창의성을 강조하는 참여식 토론 수업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국내 고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해외 유학을 떠난 학생들은 토론 위주의 수업 방식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또한 문화적인 다양성에 대한 훈련 부족도 애로사항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소림(20·미국 컬럼비아대 비교문학·민족사관고졸)씨는 “문과 전공이라서 토론 위주 수업이 많고 수강생도 대부분 10명 안팎이기 때문에 함께 논쟁을 벌이며 참여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이호민(21·미국 하버드대 동아시아학·대원외고졸)씨는 “참여식 토론 위주인 미국 대학에서 요구되는 것은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사고력인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정해진 틀에 맞춰 정답을 찾으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이유진(22·미국 스탠퍼드대 수학·대원외고졸)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읽기와 문제풀기 위주의 수업인 반면 미국 대학에서는 쓰기와 발표하기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학교 생활면에서도 문화적인 차이 인정과 독립성이 강해야 한다는 점 등을 학생들은 강조했다. 정주현(21·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민족사관고졸)씨는 “한국 동포들마저도 나이가 많고 적다는 이유로 형이라 부르거나 후배 취급하는 것에 대해 어색해하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어색했다”고 했다. 같은 대학의 이유진씨는 “인종문제나 성적 정체성 등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그 민감도가 다른 이슈들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금전관리나 생활관리 등을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잘 관리하지 않으면 공부는커녕 생활 자체가 유지되기 힘들다는 점을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승호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riv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