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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한식 전도사로 나선 외국인 파워블로거 3인
곱창 돼지껍데기 홍어… 원더풀!
‘한식 세계화’ 성공할 수 있다

작년부터 한식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급증한 만큼 ‘삼총사’ 블로거들 역시 한식의 해외 진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모국인 미국에서 한식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주도로 진행 중인 한식 세계화 운동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미흡한 시장 조사로, 소비자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맥퍼슨씨는 현재 한식 세계화 운동은 “외국인들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지도 않고 무조건 ‘이걸 좋아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느낌”이라며 “세상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스티브 잡스밖에 없다”라며 웃었다. 그레이씨도 음식과 문화는 늘 함께 홍보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례로 외국인들은 ‘손맛’이라는 개념을 낯설어합니다. 특히 위생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미국인들은 손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손맛’을 설명할 때는 손이 음식을 조리하는 데 가장 섬세하고 기능적인 ‘도구’임을 강조해야지 ‘맛’과 직접적인 연관을 짓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플린씨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작년부터 한식의 대표 식품 중 하나로 떡볶이를 내세운 것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떡볶이의 영문 표기를 ‘tteokbokkii’에서 읽기 쉬운 ‘topokki’로 바꾸면 떡볶이를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가장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맛과 질감입니다. 미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쫄깃한 텍스처(질감)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떡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쫄깃한 한국식 활어회가 부드러운 일본식 회만큼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 조 맥퍼슨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사진. 닭발을 든 표정이 익살맞다. / 뉴욕타임스 한식 특집 기사에 실린 대니얼 그레이.
이제 대장금은 잊어라!

이들은 또한 한정식과 궁중음식에 치중되어 있는 마케팅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플린씨는 한마디로 “이제 ‘대장금’은 잊어라”라고 충고했다. 맥퍼슨씨는 궁중음식은 가격도 비싸고 맛보다 모양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꾸 모양에만 치중하면 한식이 일식을 따라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식이 예쁘게 담겨 나오는 이유는 특별한 ‘맛’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식은 맛이 복잡하고 양이 푸짐한 것이 매력입니다. 때문에 맛을 포기하고 모양에만 집착하는 건 오히려 한식을 지루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레이씨도 “스타 셰프, 초호화 궁중음식도 좋지만 이런 음식들은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말했다. “고급 음식은 기술과 재료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들기 쉽고 먹기 편하며 값싼 음식을 원하죠.”

이들은 고급 마케팅 대신 풀뿌리 마케팅을 권유하며 특히 “젊은 외국인 요리사들을 한국에 초청해서 교육시키라”고 입을 모았다. 맥퍼슨씨는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작년 10월 제 결혼식을 위해 미국에서 동생이 한국에 찾아왔습니다. 동생은 이탈리아·스페인 등지의 지중해 요리와 미국 남부 요리 전문 요리사입니다. 한국에 온 김에 한식에 대해 많이 배우고 싶어하기에 제가 아는 어느 한식 주방장께 집중 강의를 부탁 드렸는데 동생은 그 이후로 한식의 열렬한 팬이 됐습니다. 11월 추수감사절에는 가족들에게 칠면조 고기에 김치를 곁들인 요리를 만들어줬다고 합니다.” 플린씨는 외국인 요리사들과 요리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고급 호텔이나 한정식 집에 데려가는 대신 거리에 ‘풀어놓으라’고 말한다. “이들이 배워야 할 건 신선로나 탕평채가 아닙니다. 대신 닭갈비, 메밀국수, 순대, 삼겹살의 독특하고 복잡한 맛에 눈을 떠야 합니다.”
 

순수혈통 한식만 고집하지 마라!

▲ 제니퍼 플린이 음식 관련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 photo KBS
또한 이들은 한식의 ‘순수 혈통’만을 고집하는 것을 비판한다. 맥퍼슨씨는 “한식은 미국에 길거리 음식으로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를 휩쓴 길거리 음식이 있었다. 재미동포 로이 최(40)씨가 개발한 ‘김치 타코’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김치 타코’는 얇은 밀가루 반죽에 고기와 야채를 싸먹는 멕시코 음식인 타코 속에 김치와 불고기를 넣은 음식으로, 최씨의 ‘고기 비비큐(Kogi BBQ)’ 트럭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큰 호응을 얻었고, 최씨는 미국 음식 잡지 ‘푸드 앤 와인’이 선정한 2010년 최고의 신인 요리사에 뽑히기도 했다. 미국 동부 뉴욕은 재미동포 데이비드 장(33)씨의 퓨전 한식 레스토랑 ‘모모푸쿠 쌈바(Momofuku Ssam Bar)’가 접수했다. 지난 2월 기자도 이곳에서 김치 소스를 살짝 뿌린 생굴, 삶은 돼지고기·파·오이·해선장(hoisin)을 넣은 찐빵 등을 맛보았다. 분명 재료는 한식을 썼는데 한식이라고 부르기 힘든 이질적인 맛이었다. 맥퍼슨씨는 “김치가 미국에서 인기 있는 타코 위에 얹혀지기 전까지는 미국 사람들은 김치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치는 따로 먹기는 힘들지만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으면 훌륭한 맛을 더합니다. 한식와 잘 어울리는 미국 음식을 찾아 잘 융합한다면 제2의 ‘고기 비비큐’와 ‘모모푸쿠’가 탄생할 수 있을 겁니다.”

플린씨도 한식이 현지 음식과의 융합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한식 세계화’ 운동에서는 한식이 세계로 퍼져나가며 ‘정통성’을 잃고 어디론가 흡수되어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해서 ‘순수 혈통’의 한식을 추진하는 것이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통성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염려는 불필요하다고 봅니다. 어차피 한식은 세계로 퍼져나가며 변화해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중식과 일식의 선례를 보세요. 우선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적응한 후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 정통 스타일을 상륙시켰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적었죠.”

 
쌈장·소금… 재료를 먼저 알려라!

궁중음식도, 떡볶이도 한식 세계화의 선두주자가 아니라면 어떤 음식이 가능성이 있을까? 그레이씨는 “완성된 요리보다 각각의 기본 재료를 홍보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뉴욕 ‘모모푸쿠’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레이씨는 “미국에 갈 때마다 가방의 반을 쌈장으로 채워서 지인들에게 선물한다”고 했다. “한국의 굵은 소금도 미국 요리사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특유의 톡 쏘는 맛이 있다고 합니다. 시애틀의 어떤 요리사는 제게 늘 한국 소금을 구해달라고 부탁하곤 합니다.” 맥퍼슨씨는 특이하게도 조개구이를 꼽는다. “해변에서 바닷바람을 쐬며 화롯불에 조개를 구워 먹는 건 아마 미국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휴가일 것입니다. 다만 화상에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경고문을 붙여놔야 할 거예요.” 이들은 이밖에 안동찜닭, 닭갈비 등의 닭 요리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무리 한식을 좋아해도 이들도 가끔은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가 있지 않을까. 미국 음식이 가장 먹고 싶을 때 어디를 가는지 물어봤다. 맥퍼슨씨는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삼각지 미군부대 입구 앞에 있었다는 구멍가게를 꼽았다. “2달러짜리 햄버거와 12달러짜리 미국 농무부 인증 품질의 스테이크를 팔았는데, 기사가 난 집은 아니지만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이 집 모르면 간첩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유명한 집이었습니다.” 그레이씨는 이태원 ‘수지스(Suji’s)’의 미국식 브런치, 이태원 ‘셰프 마일리(Chef Meili)’의 오스트리아 음식, 서울대입구역 근처 이탈리안 레스토랑 ‘지나앤프랑코’를 추천했다. 서울 효자동 ‘퍼블릭’에서 미국식 버거와 홍합 요리를 즐긴다는 플린씨는 “한국에서 미국과 똑같은 맛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 어딜 가도 100% 똑같은 맛을 내는 곳이 있는데 바로 맥도날드입니다. 미국에서는 입에도 안 대지만 한국에서는 가끔 먹습니다(웃음).” 


/ 심혜기  인턴기자·브라운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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