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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한식 전도사로 나선 외국인 파워블로거 3인
곱창 돼지껍데기 홍어… 원더풀!
바야흐로 ‘한식 세계화’ 열풍이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관광공사 등 각종 정부기관뿐 아니라 식품업계의 대기업들도 한식 세계화를 위해 발벗고 나섰으며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지난해 10월 미국 뉴스 채널인 CNN에 출연해 한식 요리를 시연하기도 했다.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는 5월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국제식품산업대전을 통해 한식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처럼 한식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 음식을 주제로 영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하루 평균 수천 명의 방문자를 끌어들이는 3인의 외국인 블로거가 있다. ‘젠김치(www.zenkimchi.com)’의 조 맥퍼슨(Joe McPherson·36)씨, ‘서울잇츠(www.seouleats.com)’의 대니얼 그레이(Daniel Gray·31)씨, ‘팻맨서울(www.fatmanseoul.com)’의 제니퍼 플린(Jennifer Flinn·30)씨다. 자칭 ‘한식 블로깅의 삼총사’라는 이들은 톡톡 튀는 블로그를 통해 영문으로 한국의 맛집 탐방, 각종 한식 문화를 소개하고 수준 높은 문화 비평까지 하고 있다.

영문 검색 사이트 구글에 ‘Seoul Korean food’란 검색어를 치면 검색 결과의 첫 창에 뜨는 사이트인 이들 3인의 블로그는 외국인이 가장 손쉽게 한식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영문 매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워블로거 3인을 각각 만나 그들의 한국 생활과 한식 사랑, 그리고 한식 세계화에 대한 따끔한 비평을 들어보았다.


▲ ‘젠김치’의 조 맥퍼슨 / ‘서울잇츠’의 대니얼 그레이 / ‘팻맨서울’의 제니퍼 플린
미국·호주·아프리카서도 홈피 방문

인터넷에서 이들 3인의 영향력은 간과할 수준이 아닌 듯하다. ‘삼총사’ 중 방문자 수가 가장 많은 ‘젠김치’의 경우 하루 최고 1만8000번의 페이지뷰를 기록한 적도 있다. ‘서울잇츠’도 하루 평균 2000회 이상의 페이지뷰를 자랑한다. 누리꾼들은 미국·호주·필리핀 등의 영어권 국가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심지어 아프리카 국가에서까지 이들 3개 블로그를 찾아온다.

미국의 권위 있는 일간지 뉴욕타임스 기자가 서울의 맛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 그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고급 한정식 레스토랑부터 명동의 포장마차, 홍익대 앞의 숯불갈비집,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끌고 다닌 것도 바로 그레이씨와 맥퍼슨씨였다고 한다. 2008년 7월 20일자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서울의 맛을 “묘하고 야성적이며 궁극적으로 숭고하다(Weird, Wild and, Ultimately, Sublime)”고 평했다.

행여 ‘외국인이 한식에 대해 뭘 알까’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우선 세 명 모두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1년까지 한국에서 살고 있다. 게다가 한국에 언제까지 머무를 예정인가 물으면 다들 떠날 생각이 없는지 ‘글쎄’ 하며 어깨를 으쓱한다. 5살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입양된 그레이씨의 경우 “나의 뿌리에 대해 알고 싶어서 한국에 왔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맥퍼슨씨는 첫 아이의 출산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 중에는 잠깐 있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곧 떠날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이제는 한국 사람들 혹은 한국에 정착할 외국인들과 지내는 게 좋습니다.”

대학교 새내기였던 1999년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오면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플린씨 역시 “똑같은 외국인이어도 잠깐 놀러 오는 사람과 오래 머무는 사람의 관점은 크게 다르다”며 “한국에 처음 오는 외국인들은 숯불구이와 김치를 맛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하지만 나같이 오래 산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국적이 미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 세 명이 서로 친해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맥퍼슨씨는 말한다. “처음에는 각자 활동하며 거의 교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 이후로 외국인 블로거들 사이에 커뮤니티가 형성되었고 지금은 기고도 하고 댓글도 남기는 등 서로 도우며 보완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일례로 그레이씨가 일하는 음식 컨설팅 회사 ‘온고 푸드커뮤니케이션스(O’ngo Food Communi cations)’는 ‘젠김치’의 광고주이기도 하며, ‘팻맨서울’이 악성버그로 사이트 기능이 마비됐을 때 ‘젠김치’가 서버를 빌려주며 돕기도 했다.
 

3인 3색… 한국인보다 전문적 평가

블로그를 시작한 경위도 세 명 모두 비슷하다. 처음에는 고향의 가족에게 자신의 근황을 전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쓰다 보니 대부분 먹는 이야기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아예 음식 전문 블로그로 전향했다고 한다. ‘젠김치’는 2004년경, ‘서울잇츠’와 ‘팻맨서울’은 2008년부터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식이라는 공통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해도 각자의 전공과 경험이 독특한 만큼 집중하는 영역은 조금씩 다르다. 음식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는 그레이씨가 서울 맛집 리뷰와 자신이 운영하는 ‘한식 관광’ 패키지 홍보 등을 주로 올리며 주한 외국인을 공략하는 반면, 언론학을 전공한 맥퍼슨씨의 블로그는 신문 사설을 떠올리게 하는 뚜렷한 관점의 장문(長文) 포스트가 돋보인다. 반면 인류학을 전공한 ‘팻맨서울’의 플린씨는 “문화적 차이를 늘 염두에 두고 포스트 하나하나를 다큐멘터리의 일부로 생각하며 쓴다”고 밝혔다. 플린씨는 “조만간 한식을 주제로 박사 학위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 음식문화 속의 성(性) 구분에 흥미로운 점이 많습니다. 남자들끼리 ‘아웃백’에 가거나 여자들끼리 곱창을 먹으러 가는 걸 보기 힘든 이유가 뭔지 궁금한 적 없었나요?”

한국 블로그가 주로 사진 위주의 짤막한 맛집 소개에 집중한다면, 이들 3인은 음식평과 문화 비평에 더 신경을 쓴다. 현재 주한 한국인을 위한 영자 잡지인 ‘10 Magazine’의 음식 에디터로도 일하고 있는 맥퍼슨씨는 “모든 블로그 포스트를 잡지 원고라고 생각하며 쓰기 때문에 사진보다 글에 더 중점을 두고 뚜렷한 관점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맥퍼슨씨는 고성능 디카로 찍어 보기만 해도 먹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음식 사진들을 “음식 포르노(food porn)”라고 부른다며 “외국 친구들에게 ‘음식 포르노’를 보여주고 싶을 때는 내 트위터에 한국 블로그 링크를 올려놓기도 한다”고 밝혔다.

 
유별난 한식 사랑… 모이면 막걸리에 파전

이들 세 명의 한식 사랑은 유별나다. 굴밥과 삼합에 푹 빠진 플린씨, 곱창과 돼지껍데기를 제일 좋아한다는 맥퍼슨씨를 보며 기자가 도리어 신기할 정도이다. 그레이씨는 아예 ‘한식 관광’ 패키지를 개발해 관광객과 주한 외국인들을 데려다 직접 서울의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포장마차에서 분식을 먹고 2차로 갈매기살, 3차로 막걸리와 파전을 즐기며 밤을 마무리 짓는 식이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레이씨는 서울 신사동 ‘동인동’의 매운갈비찜, 경복궁 옆 ‘토속촌’의 삼계탕, 경기도 양평 ‘산당’의 한정식을 추천했다. 맥퍼슨씨는 “내 취향은 좀 독특하다”며 “내가 곱창, 조개구이, 부대찌개, 선지해장국, 돼지껍데기를 좋아한다고 하면 외국인 친구들은 ‘지금 제일 징그러운 음식을 늘어놓는 거냐’라고 반문한다”며 웃었다. 플린씨는 서울 삼청동 ‘청수정’의 굴밥, 창의적으로 한식을 재해석했다는 도곡동 ‘스타 셰프’, 효자동 ‘메밀꽃 필 무렵’의 메밀국수를 꼽았다. “맛있는 한국 음식점을 고르는 저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는데 바로 ‘메뉴가 짧을수록 맛있다’는 겁니다. 무엇을 먹을지 고를 필요 없이 ‘몇 개요?’ 하고 물어보는 집을 좋아합니다.” 플린씨의 홍어 예찬 또한 남다르다. “사람들이 홍어를 싫어하는 이유는 보통 첫 경험이 안 좋았기 때문인데 저는 처음 먹었던 홍어를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보통 파는 홍어는 2~3개월 삭히는 걸로 아는데 제가 갔던 안양의 어느 홍어집은 2~3년 삭혔다고 하더라고요.”

플린씨와 그레이씨는 서울 지역 레스토랑을, 안양에 사는 맥퍼슨씨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 레스토랑을 주로 찾는다. 하지만 2008년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을 찾았던 플린씨는 그때 맛본 안동찜닭과 간고등어에 푹 빠졌다. 수원 ‘연포갈비’에서 먹었던 수원 왕갈비 역시 좋아한다. 맥퍼슨씨는 주로 경기도 안산에서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즐기는데 블로그를 통해 우즈베키스탄 음식점 ‘사마르칸트 카페’와 베트남 음식점 ‘Quan Viet Nam(콴 베트남)’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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