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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검도, 진검승부에 빠진 사람들
검도 인구 70만명… 귀족스포츠서 생활스포츠로
고(故) 박정희 대통령·김종필 전 총리도 창덕궁 비원서 수련
연예계에선 나한일·최민수·강지환이 대표 검객
근대 5종이 귀족스포츠라면 과거 귀족스포츠였던 검도는 생활스포츠화되고 있다.
검도가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도 안방극장을 통해서였다. 1995년 대한민국 안방극장을 뒤흔들었던 화제작 ‘모래시계’. 여주인공 고현정 옆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보디가드 이정재는 고현정을 위해 죽도(竹刀)를 휘두르며 죽어간다.

그 후 이정재는 스타의 반열에 올랐고 그 덕분인지 검도를 배우는 인구는 급증했다. 45년 전부터 죽도를 잡은 대한검도회 서병윤(62) 전무는 “검도를 수련하는 인구는 전세계 800만명 정도인데 한국에서만 약 70만명이 수련을 하고 있다” 며 “검도가 최초로 스포츠화된 일본에 이어 검도 인구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제검도연맹의 부회장국이다.  

▲ 검도 시합 전 호면을 착용하는 모습. photo 조선일보 DB
한나라당 이병석·황우여 의원은 유단자
건축가 승효상씨는 아예 회사에 검도장 만들어


그렇다면 누가 검도를 할까. 유명인 중 검도 애호가는 의외로 많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은 대표적인 검도 애호가였다. 5·16 주체세력인 박정희·김종필, 박 대통령 경호실장을 지낸 박종규·차지철, 공화당 사무총장을 지낸 길재호 등은 창덕궁 비원 안에 있는 세심관(洗心館)이란 곳에서 같이 칼을 갈고닦았다고 한다. ‘마음을 씻는다’는 세심관이란 이름의 이 건물은 지금은 없어졌다. 명예 6단인 김종필 전(前) 국무총리는 골프를 칠 때도 칼로 목표물을 베는 듯한 ‘검도타법’으로 70타대의 스코어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 당 사무총장을 지낸 황우여 의원 등이 검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초단이고 황 의원은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전국검도연합회장으로 4단의 실력이다. 그 외에도 통합민주당 서재관 전(前) 의원이 2단이다.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김영삼 정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으로 근무할 때 경호실 무술지도사로부터 새벽에 검도를 배웠다”며 “이후 보궐선거를 치를 때 체력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포항시 북구가 지역구인 이 의원은 1997년 보궐선거 때 박태준 전 국무총리, 이기택 민주당 전 총재와 ‘일합’을 겨루었는데 자금과 조직이 열세에 있는 이 의원은 검도를 하면서 다진 체력으로 승부를 했다는 후문이다. “지금도 가끔 국회 샤워장에서 발가벗고 기본동작 연습을 한다”는 이 의원은 현재 포항시 검도협회 고문을 맡고 있다.

연예계 인사들도 많다. 한국해동검도협회 총재로 있는 탤런트 나한일씨는 연예계의 대표적인 ‘검객(劍客)’이다. ‘쾌도 홍길동’에서 홍길동 역을 맡은 탤런트 강지환씨는 나한일씨 아래서 수련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씨는 해동검도 공인 2단이다. 그 외에도 ‘나몰라 패밀리’의 개그맨 김재우씨, 영화배우 최민수씨 등이 검도를 한다. 특히 명예 4단인 최민수씨는 대한검도회 홍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공인 8단인 대한검도회 서병윤 전무이사는 “최민수씨는 하루 5시간씩 꾸준히 연마를 했다”며 “같이 운동을 해봤지만 실력은 5단 정도”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의료계 유일 공인 7단인 김한겸 고려대 의대 교수, 한국도자기 김동수 회장, 샘터 김성구 대표와 이로재 건축사무소의 승효상씨 등이 검도 애호가들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널리 알려진 승효상씨는 아들 손에 이끌려 죽도를 잡은 뒤 검도에 빠진 경우다. 지금은 대학로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소 지하 1층을 검도장으로 꾸미고 직원들에게 검도 수련을 권하고 있다. 이로재 건축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입사를 하면 검도복과 장비가 무료로 지원된다” 며 “월·수·금 아침 7시부터 8시까지 1시간씩 전 직원이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급·남녀 불문 3대가 같이 할 수 있는 운동
유단자는 경찰공무원 채용 때 가산점 혜택


▲ 김종필 전 총리 photo 조선일보 DB
무엇 때문에 검도를 배울까. 대개 정신수양을 목적으로 검도를 배우는 사람이 많다. 한국 컨벤션 학회장을 맡고 있는 경희대 관광대학원 안경모 교수는 “군대를 다녀온 뒤 자기수련을 하기 위해서 운동을 했다”며 “뒤에서 때리지 않고 정면에서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초단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세대간의 격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대한검도회 서병윤 전무는 “검도는 3대가 함께 하는 운동”이라며 “체급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더불어 할 수 있는 운동은 검도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검도는 체급이 없다. 경기 편의를 위해서 장년부, 청년부, 소년부 시합을 따로 하지만 수련 중에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이라는 얘기다.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효과가 있다. 퇴근 후 잠실에 위치한 검도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 고승광(33)씨는 “머리, 손목, 허리 등 기합을 내지르면서 하는 운동이라서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그만이다”라고 했다. 집중력 향상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검도회 서병윤 전무는 “골프는 정지된 목표를 겨냥하지만 검도는 살아서 움직이는 목표물을 겨냥하는 운동”이라며 “집중력 향상에는 검도가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실용적인 목적으로 죽도를 잡는 사람도 있다. 경찰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는 백모(28)씨는 “10년 좀 넘게 검도를 수련했다”며 “검도 유단자에게는 가산점을 주는 등의 혜택이 있다. 범인을 잡을 때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경찰청 인사교육과의 한 관계자는 “경찰 공무원시험의 경우 검도 공인 2단 이상에게는 2점을 가산해 주고, 4단 이상은 3점을 부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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