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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기자의 콩글리시 비판] 원어민 강사면 무조건 OK?
"전치사가 뭐더라…" 무식한 원어민 강사 수두룩
한국인, 특히 한국인 학부모들은 으레 ‘영어는 무조건 원어민 강사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강사가 아무리 용을 써본들 평생 영어로 말하며 살아온 사람을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겠냐’ 하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는 것이다. 하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무리 영어를 좋아하고 영어교육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어느 누가 ‘네이티브 스피커’보다 영어를 더 많이 알고 잘한다고 호언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장담하건대 한국 학생 중 대부분은 영어 가르치겠답시고 한국을 찾는 원어민 강사들보다 (다른 건 몰라도) 영문법에 관한 한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강사 선발, 외국은 어떻게 하나

수개월 과정 공인자격증 필수… 현장 경험도 따져
한국은 대학졸업장만 있으면 전공 불문 “환영”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든 그렇지 않든 세계 각국은 대부분 자국에 랭귀지스쿨을 개설할 때 외국인 강사 고용에 앞서 엄격한 자격심사 과정을 거친다. 예컨대 영국에서 랭귀지스쿨을 열려면 영국문화협회(British Council)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국문화협회는 영국 정부기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그런데 이 허가과정이란 게 상당히 까다롭다. 학교 운영에 관해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학교 측이 고용한 원어민 강사가 학생들을 가르칠 만한 충분한 자질을 갖췄는지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평가항목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 일러스트 박상철
그 항목이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CELTA(Certificate in English Language Teaching to Adults)는 케임브리지대학이 발급하는 자격증으로 영국을 비롯해 호주와 뉴질랜드 등지에서 널리 통용된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북아메리카 국가에서 인기를 끄는 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과정들은 대개 수개월의 집중적인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으며 적지 않은 수업료(약 170만원 내외)를 지불해야 수강할 수 있다. 수업 방법론과 영문법 등으로 구성된 콘텐츠도 다양한 편이어서 영어교사 지망자가 실제 교실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데 유용하다. 물론 이런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강사 자리를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상위권 랭귀지스쿨에 채용되려면 일정 자격요건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풍부한 현장 경험, 즉 오랫동안 많은 학생을 가르치고 실력을 향상시킨 성과가 더해져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시아 쪽 사정은 좀 다른 것 같다. 대부분의 아시아권 국가들이 영어강사를 채용할 때 어떤 자격이나 경험도 요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영어강사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단 하나, 대학졸업장(그것도 전공 불문!)뿐이다. 사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영어강사 자리를 구하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 취업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인터넷으로 접속, 전국 각지의 학교나 학원 홈페이지 채용란을 뒤져 간략한 지원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그 결과는? 한국에 와 있는 원어민 강사 중 압도적 다수가 영어교육 경험이 전무한 것은 물론,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훈련이 전혀 돼 있지 않은 아마추어들로 채워지고 말았다.

원어민 강사, 이 정도는 돼야

영어에 대한 애정·언어학 훈련·교수법은 기본
자질도 안 갖추고 돈만 벌려는 건 ‘장사꾼’과 같아

모름지기 원어민 영어강사라면 적어도 다음 중 한 가지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모국어(영어)에 대한 무한한 애정, 언어학이나 문법에 관한 최소한의 훈련과정 이수, 교수방법론에 관한 기초적 수준의 지식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완벽한 교사가 되려면 말할 것도 없이 이 세 가지 덕목을 고루 겸비해야 한다. 기본 자질조차 없으면서 영어를 상업적으로 가르치겠다고 마음먹는 건 곤란하다. 이런 사람들은 ‘교사’라기보다는 좀 더 쉽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장사꾼’이라고 묘사하는 편이 차라리 정확하다. 불행히도 현재 한국에 진출한 원어민 강사 중엔 ‘장사꾼’ 부류가 너무 많다. 지금 당장은 그렇지 않다 해도 그런 유혹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으며 이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정작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한국인 중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어떤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머지않아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제대로 훈련 받지 않은 미숙한 원어민 강사들은 수업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전혀 없다. 심지어 그들 중 상당수는 언어로서의 영어 작동 기제를 깡그리 무시한 채 수업에 임한다.

사실 이런 문제는 비단 영어와 원어민 강사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인 강사 역시 같은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어 강사 중엔 국어의 문법 체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도 수두룩하다. 한 무리의 외국인을 교실에 앉혀놓고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엉터리 원어민 강사들

‘have been to’와 ‘have gone to’ 차이가 뭐지?
“뭘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다” 고백도

몇 년 전의 일이다. 잠시 한국에 머물렀던 나는 한 원어민 강사를 알게 됐는데 놀랍게도 그는 전치사가 뭔지 몰랐다. 그로부터 2년 후엔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게 됐는데, 그곳에선 ‘have been to’와 ‘have gone to’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두 표현이 같은 뜻이라고 가르치는 동료를 만나기도 했다. 한국의 영어학원들은 어쩌자고 영어 작동원리도 모르는 사람을 강사로 채용해 한국인 학생을 가르치게 하는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일부 원어민 강사들은 심지어 “교실에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고백한다. 그들은 수업 중 교과서 진도를 충실히 따라야 하는 건지, 아니면 학생들과 그저 수다를 떨기만 해도 되는 건지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그들 중 누구도 수업 구성방식에 대해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 수업 구성이란 학생 개개인의 실력을 고려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영역별 학습기술 지도요령을 포함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단어 공부는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등을 모두 포함한 광범위한 개념이다.

물론 드물긴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한국에 와 있는 강사 중 일부는 영어교육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갖고 있다. 그들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쳐본 경험이 풍부할 뿐 아니라 정식으로 교수법을 배운 이력도 갖추고 있다. 당연히 이들은 훌륭한 지도자로 인식되며 학생들로부터 존경 받는다. 그러나 한편에선 여전히 함량 미달의 원어민(이기만 한) 강사들이 넘쳐난다. 교실에 학생들을 잔뜩 앉혀놓고서도 뭘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하기 일쑤인 ‘엉터리’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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