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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진화한다] 우리 시대의 건축
건물이 말을 건다 도심이 숨을쉰다
한국건축가협회·서울시건축가협회 건축상 수상 BEST 6
햇살과 바람이 종일 놀다 가는 곳

우리노인전문병원
우리너싱홈
건축가 정재헌, 건축주 정길수ㆍ박현정

마주치는 곳마다 다른 풍광
건물 한가운데도 정원
누워서도 자연이 한눈에


전주 시내 중심가에서 택시를 타고 “만성동에 있는 ‘우리노인전문병원’을 가자”고 했을 때, 택시 기사는 “거기는 택시가 잘 들어오지 않는 곳인데…”라고 말했다. 택시가 덕진구 만성동 대로변에서 논길로 들어가 꼬불꼬불 5분여 달리자 야트막한 황방산이 나타났다. 그 산 앞에 건물 두 동이 서 있다. 나눔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요양원 우리너싱홈(원장 박현정) 바로 옆에는 우리노인전문병원(원장 정길수)이 있다. 두 동의 건물이 2006년 대한민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밖에서 본 건축물의 첫 느낌은 차분하고 단아하다는 것이다. 자연과 기막힌 조화를 이뤄 결코 튀지 않는다. 정길수 원장과 박현정 원장은 부부다. 병원과 요양원은 정길수씨가 지은 세 번째 건축물이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정 원장은 20년 전 노인전문병원을 개원했다. 처음엔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문을 열었다. 이때 정길수·박현정 부부는 깨끗한 공기와 건축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병원은 4층이고 요양원은 2층이다. 두 건물의 어느 방에서도 시야가 막힘이 없고 공기순환이 잘된다. 침대에 누워서도 자연이 가슴에 안긴다. 요양원 1층의 6인실 병동에는 침대가 양쪽 벽을 향해 세 개씩 배치되어 있는데, 어느 침상에서도 편안하게 황방산과 사시사철 변해가는 들녘을 감상할 수 있다.  정길수 원장은 “기존의 많은 병원이 작은 창문 하나로 외부와 소통하고 있어 폐쇄적이지 않은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 부부가 처음에 설계를 의뢰한 건축가는 지역사회 출신이었다. 그러나 부부는 이 건축가가 만든 설계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결국 부부는 계약금을 날리면서까지 새로운 건축가를 찾아 나섰다. 이렇게 해서 결국 건축가 정재헌을 만났다.


▲ 우리너싱홈 1층의 다목적실. 중정에서 황방산이 시원스럽게 보인다. (2006한국건축가협회상, 전주 덕진구 만성동) (photo 김승완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건축가 정재헌씨는 “요양원은 펼쳐진 들판과 둘러진 산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눈이 마주하는 곳마다 다른 풍광을 느낄 수 있는 터였기에 이런 다양한 주변 경관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가 설계의 주안점이었다”고 말한다. 정씨는 이어 “뒷산을 볼 수 있는 곳에는 누마루를, 들판이 펼쳐진 곳에는 거실을, 건물의 모서리에는 담소를 나누는 방을, 양지 바른 곳에는 쪽마루를 두었다”고 설명한다.

요양원 설계의 정수(精髓)는 건물 가운데 중정(中庭)을 배치한 것이다. 빛과 공기는 창문 외에도 이 실내정원을 통해 각 병실로 쏟아져 들어간다. 복도는 이 중정을 중심으로 순환한다. 이 실내정원에서 건물 후면의 황방산이 그대로 들어온다. 황방산 쪽과 실내정원 쪽을 강화유리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 쾌적한 다목적실에서 노인들은 매일 오후 2시 체조와 댄스 시간을 갖는다. 다목적실 2층은 아무런 장식이 없는 발코니. 황방산이 꽉 차게 들어온다. 마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대표 걸작 ‘사부아 빌라’의 2층에 온 것 같다. 박현정 원장은 “우리도 건축가가 자연을 이 정도까지 끌어들여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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