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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혁명의 현장 대탐험]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과 영화학교
공장 같은 스튜디오… 100년 기술 축적
젊은 피는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대학과 영화학교에서 ‘산학협동’으로 수혈
▲ 할리우드 스튜디오
할리우드 영화는 소위 ‘스튜디오 시스템’에 의해 제작된다. 스튜디오 시스템이란 영화를 마치 공산물처럼 기술적이고 체계적인 분업으로 생산해내는 것이다. 따라서 할리우드의 스튜디오에 가보면 영화촬영장이라기보다는 어떤 공장에 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할리우드를 ‘꿈의 공장’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른다.

지난 1월 17일 워너 스튜디오를 찾았을 때도 거대한 공장단지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특히 세트와 의상부문 건물에 들어섰을 때에는 건설회사나 의류회사의 공장 견학을 온 느낌이었다. 이처럼 할리우드는 스튜디오라는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기에 기술 축적이 가능하다. 또 공장 형식의 스튜디오 시스템은 개별 사업부를 체계적으로 아웃소싱하기에도 효과적이다.

현재 미국 할리우드는 워너,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20세기폭스, 소니, 디즈니 등 6대 메이저 영화사가 장악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20세기 초에 세워져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먼저 1903년 동부의 해리·잭 워너 형제는 에디슨이 발명한 중고 영사기를 1000달러에 사서 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했다. 이를 알게 된 에디슨의 제너럴 영화사는 1909년 워너 형제를 고소했다. 이후 워너 형제는 동부와 달리 상대적으로 법이 정비되지 않고 날씨가 좋은 서부 LA로 와서 영화사업을 시작했고 1925년 워너브라더스 영화사를 세웠다.


▲ 공장 내부같은 세트 제작실
이보다 먼저 서부 할리우드에서 영화산업의 불을 붙인 사람은 1912년 유니버설 영화사를 설립한  칼 래믈이다. 독일의 시골마을 라우파임에서 태어난 그는 1884년 미국으로 건너왔고 20여년간 시카고, 보스턴 등에서 의류업을 하다가 1909년 영화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유니버설 영화사는 모피상이었던 마르쿠스 로웨를 동업자로 삼아 세력을 확장했고 감독 세실 비 데밀을 기용해서 ‘십계’ ‘삼손과 데릴라’ 등을 만들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어 1914년에는 헝가리 태생의 아돌프 주커가 제리 라스키와 함께 파라마운트 영화사를 세웠다. 역시 헝가리 태생의 윌리엄 폭스는 세탁소를 경영하다가 1935년 20세기폭스 영화사를 세웠다.

러시아계인 루이 메이어는 사무엘 골드윈과 함께 1922년 MGM 영화사를 설립했다. MGM영화사는 지금의 소니 픽처스 영화사가 됐다. 일본의 자본이 할리우드 영화사를 잡아먹은 것이다. 또 월트 디즈니는 1923년 디즈니 영화사를 세웠다. 이듬해 해리 콘은 자신의 형제들과 함께 CBS영화사를 설립했는데 나중에 콜롬비아 영화사로 개명했다. 이 또한 소니픽처스에 매각됐다.

이들은 다양한 방송, 인터넷, 중소형 스튜디오 등과 다양한 형태로 합종연횡을 하고 있다. 최근 가장 두드러진 것이 픽사 스튜디오와 디즈니의 합병이었다. 겉으로는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즈니가 픽사의 애니메이션 제작 노하우를 산 것임을 알 수 있다.


▲ 유명 영화인을 배출한 UCLA
2006년 픽사 스튜디오의 주주들은 주주총회를 통해 미국 2위 미디어 그룹인 월트 디즈니와 합병을 공식 승인했다. 2005년 로버트 이고의 새 디즈니 사장 취임 후부터 합병설이 나돌던 양사는 2006년 1월 74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인수합병 계약에 합의한 것이다.

이번 합병으로 픽사와 애플사의 대표인 스티브 잡스가 디즈니의 지분 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고, 픽사의 사장인 에드 캣멀이 픽사와 애니메이션 두 스튜디오의 사장으로 취임하며 결별설을 일축했다. 또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의 감독이자 픽사의 부사장인 존 라세터가 스튜디오의 최고제작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를 맡아 두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디즈니랜드의 디자인, 건축 분야까지 관할하게 됐다.

대형 스튜디오 시스템은 미라맥스, 터치스톤 등 중소형 스튜디오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또 스튜디오의 영향권 밖에 있는 독립영화사는 판에 박힌 스튜디오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신선하고 톡톡 튀는 내용으로 승부해서 스튜디오 영화와 차별화 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 스튜디오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재 수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인력 공급은 ‘산학협동’ 방식을 취한다. 주로 캘리포니아에 있는 대학 영화과나 영화학교에 자본과 기자재를 제공하고 젊은 피를 수혈받는 것이다.

할리우드에 인력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대학으로는 크게 UCLA, USC와 영화학교로는 AFI, 칼 아츠(Cal Arts)가 있다. 먼저 로스앤젤레스 중심에서 남쪽으로 6㎞ 정도 내려가면 1880년 설립된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를 만날 수 있다.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 ‘포레스트 검프’ ‘백 투더 퓨처’의 로버트 저메키스, ‘X맨’의 브라이언 싱어, ‘분노의 역류’ ‘아폴로 13’의 론 하워드 등이 USC 출신이다.

지난 1월 18일 방문한 USC 캠퍼스 한가운데에는 조지 루카스가 기증한 ‘조지 루카스 빌딩’이 자리잡고 있다. 루카스는 이곳에 강사로 초빙돼 학생을 가르치기도 한다.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제작 전문가들이 학생을 직접 가르치고 때로는 지도교수가 되기도 하기에, 졸업생은 자연스럽게 할리우드 인사와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며 이는 바로 취업과도 연결된다.

이어 LA다운타운에서 자동차로 30분쯤 웨스트우드 서쪽으로 달려 UCLA로 향했다.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는 캘리포니아에서 USC와 쌍벽을 이루는 명문대학이다. USC가 실기에 강하다면 UCLA는 이론 분야에 강하다. ‘스타트랙’의 극작가이자 감독인 하브 베네트, ‘이유없는 반항’ ‘자이언트’ ‘에덴의 동쪽’ 등으로 유명한 제임스 딘, ‘포레스트 검프’의 극작가인 에릭 로스, ‘해리가 샐리를 만날 때’ ‘어퓨 굿 맨’ 등을 감독?╂徘?로브 라이너, ‘스팅’을 극작?㉤또?데이비드 워드, ‘대부’의 프란시스 코플라 감독 등이 UCLA 출신이다.

또 LA 중심에서 할리우드를 관통하여 그 끝자락에 이르면 AFI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AFI는 처음에는 할리우드 한복판에 건물 하나로 시작했으나 워너, 유니버설 등 스튜디오들의 기부에 힘입어 터를 넓혀 이주해 왔다.

원래부터 AFI는 MGM, 소니, 파라마운트 등이 기부금을 모아 필요한 전문인력을 조달하기 위해 출범시킨 할리우드 영화인의 재교육기관이다. 따라서 학부가 없이 대학원만 있다. AFI는 ‘트윈픽스’ ‘블루벨벳’의 데이비드 린치, ‘붉은 10월’ ‘다이하드’의 존 맥티어넌, ‘가을의 전설’의 애드워드 즈윅 감독 등을 배출했다.

1961년 개교한 칼 아츠는 LA 중심에서 북쪽으로 50㎞ 정도 올라가면 나타난다. 칼 아츠는 특히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최강을 자랑한다. 칼 아츠 애니메이션 과정은 디즈니 스튜디오의 투자에 의해 직업연수기관격으로 설치됐던 까닭에 초기부터 예술이나 학문보다는 영화업계가 원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칼 아츠 출신으로는 ‘가위손’ ‘배트맨’ ‘크리스마스 악몽’ 등을 만든 팀 버튼, ‘벅스 라이프’ ‘토이 스토리’ 등의 존 래스터 감독 등이 있다. ‘LA 타임스’에서는 “디즈니가 지난 25년간 투자했던 사례 중 가장 성공적인 것은 바로 칼 아츠를 만들어서 감독들을 배출한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서일호 주간조선 기자 ihs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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