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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왕국]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사업 벌여
여수 관광단지ㆍ여의도 쌍둥이빌딩 건립 등 1조원대 사업 잇따라 추진
제조업 위주에서 용평 리조트 인수 등 레저ㆍ관광 분야로 사업 확장
통일교의 창시자인 문선명(86)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는 평생 6번 옥고를 치렀다. 공산치하인 북한에서 2번, 일본에서 2번, 그리고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1번이었다. 북한에서는 1948년 사회질서문란죄로 5년형을 선고받아 2년8개월간 흥남감옥에 갇혔고, 한국에서는 사회혼란죄 등으로 3개월간 구금된 적이 있다. 1973년 미국에 진출한 후에는 탈세혐의로 구속돼 1년6개월간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통일교의 성장 과정이 평탄치 않았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 문선명 총재 부부가 합동결혼식을 주관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999년 ‘통일교가 브라질에 신도들을 위한 대규모 이주촌을 조성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면서 “문선명 교주가 고국인 한국과 미국에서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자 브라질로 건너왔다”고 보도했다. 통일교는 한국에서 IMF 위기를 겪으며 계열사들이 줄줄이 부도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도 가평군 송산리 일대에서 벌어지는 통일교의 대규모 건설에서 보듯 통일교는 최근 다시 천문학적인 자금을 앞세워 한국으로 유턴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년간 이뤄져온 통일교의 대대적인 국내 투자도 이러한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의 국내 투자 중 가장 규모가 큰 여수 화양지구 개발은 문 총재가 직접 챙기는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문 총재는 작년 6월 여수로 내려가 김충석 여수시장 등 지역 기관단체장 10여명을 초청해 사업 구상을 밝혔다. 당시 참석자들은 통일교 측이 제공한 헬기로 사업대상 지역을 돌아본 후 거문도로 이동해 해상에 배를 타고 나가 문 총재로부터 사업구상을 들었다.

당시 문 총재는 “여수 지역 투자를 위해 3억달러를 일본은행에 예치해 놓고 있으며 지역민의 협조와 행정적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면 예정된 관광개발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총재는 “여수 지역에서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본은행에 예치된 3억달러로 무안에 있는 800만평의 땅을 매입할 생각”이라며 “여수를 그룹의 메카로 운영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이처럼 문 총재가 직접 챙긴 결과인지 여수 프로젝트는 현재 쾌항 중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여수 화양지구에 대한 복합관광레저단지 개발 계획을 승인했다. 화양지구는 전남도가 지정한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에도 속해 있어 개발에 대한 행정적 걸림돌도 상대적으로 적다. 화양지구 개발 사업 시행자인 통일교 계열사 ㈜일상은 앞으로 이 일대 302만평에 2015년까지 1조5031억원을 투자, 해양 스포츠·레저·관광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1단계인 2010년까지 호텔 6동(876실), 콘도 5곳(632실), 펜션 2곳(158실), 수족관 공원과 보트 계류장, 해양전망대 등이 들어서고, 2단계로는 세계민속촌, 케이블카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통일교 측은 올 연말쯤 1500여억원을 들여 땅 보상을 시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의 재원은 ㈜일상이 회원권 등을 분양해 국내에서 5800억원을 조달하고, 국외투자유치로 7600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를 둘러싸고는 현지 기독교계의 반발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대규모 투자에 대한 현지의 호응, 특히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와 맞물려 탄력을 받고 있다.

▲ 작년 7월 '피스컵 코리아' 전야제에서 곽정환 조직위원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여수 프로젝트와 함께 ‘또 다른 1조원짜리 사업’으로 주목 받아온 여의도 통일교 부지에 초고층빌딩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도 현실화하고 있다. 여의도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통일주차장 부지(여의도동 22번지 1만4000여평)에 대해 통일교 측은 작년 5월 다국적 부동산개발회사인 스카이랜과 99년간 장기 임대 방식의 계약을 맺었다. 스카이랜은 작년 10월 이 부지에 앞으로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해 70층 규모의 초고층 쌍둥이 빌딩을 세우겠다는 ‘파크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당초 문 총재는 각국 신도들이 한 층씩 건설비를 담당해 초고층 빌딩을 올리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통일교는 2007년까지 경기도 김포 일대에 2억5000만~3억달러를 투자해 총 5만평 규모의 헬기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 아래 땅을 매입하고 있고, 2003년 용평리조트 지분 인수(91.5%), 2004년 외국계 편드를 동원한 서울 강남의 센트럴시티 지분 인수 등 2000년 이후 잇달아 국내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확장의 배경으로 통일교가 과거 제조업에 치중하던 데서 탈피해 앞으론 관광·레저·스포츠 분야 등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 총재를 메시아로 보는 독특한 교리 때문에 기독교계로부터 이단시돼온 통일교는 왕성한 비즈니스라는 측면에서도 기성 종교와는 구분된다. 통일교가 보유한 사업체는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다. 국내의 경우 IMF 위기를 겪으며 한국티타늄, 통일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들의 소유권이 넘어갔지만 얼마 전 재인수한 일화를 비롯, 아직도 20여개의 사업체가 있다. 농원관리를 하다 여수 프로젝트를 맡은 ㈜일상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가 많다.

통일교는 세계일보, 미국의 워싱턴타임스, UPI통신 등 언론매체도 소유하고 있고 성남일화 축구단, 브라질의 소로카바 축구팀 등의 프로축구단과 리틀엔젤스 예술단, 유니버설 발레단 등의 문화예술단체, 미국의 브리지포트 대학, 선화예술고 등 다수의 학교도 보유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평화자동차 등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통일교는 미국과 일본에만 수백 개의 사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실상은 외부에 알려진 바가 없다.

미국의 시카코 트리뷴지는 지난 4월 12일자 1면 머리기사 ‘특별취재 : 초밥과 문 목사(Sushi and Rev. Moon)’라는 기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통일교의 미국 내 사업체를 파헤쳤다. 기사에 따르면 문 총재는 이미 30여년 전 미국에서 생선 장사가 앞으로 크게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보고 ‘트루월드그룹(True World Group)’이라는 수산물 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이 회사는 문 총재의 예상대로 현재 미국 전역의 음식점 7000곳에 생선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에서 일식집이 호황을 누리면서 생선을 잡는 것은 물론, 생선 유통과 소매업까지 진출해 있다. ‘시카코 트리뷴’지는 이 기사에서 “해산물을 즐기는 사람 중 알고 그러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입에서 살살 녹는 참치회나 장어구이를 먹을 때 그들은 바로 문 목사의 종교 활동을 간접적으로 돕고 있다”고 썼다. 이 기사가 나간 후 미국 내 독자들은 인터넷에서 ‘스시를 먹어야 하느냐 마느냐’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통일교가 이처럼 비즈니스에 주력하는 이유 역시 독특한 교리와 연관이 있다. 통일교는 이념과 이론에만 몰두하지 않고 행동을 통해 이념과 이론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화를 지향한다면 실제 평화를 위한 액션을 취한다는 식이다. 팔레스타인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중재 역할을 자청하는 것이나 북한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 인종을 초월해 가정을 꾸리게 하는 것도 이러한 액션의 일환이다.

통일교는 자신들이 벌이는 교육 및 언론사업, 다양한 기업활동 등도 자신들의 이념과 이론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내세지향적이고 영적인 종교만으로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고 문화와 스포츠를 통해 평화이념을 현실 속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게 통일교 관계자들이 강조하는 말이다. 통일교(선문평화축구재단)가 200만달러의 우승상금을 내걸고 2003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피스컵 축구대회가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다. 통일교의 2인자로 꼽히는 곽정환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 회장은 “통일교가 교단 유지, 발전을 위해 쓰는 예산은 총수입의 10% 미만”이라며 “90% 이상을 평화사업 등 외부활동에 투입한다”고 말한 바 있다.

1954년 서울 성동구 북학동에서 ‘세계기독교신령협회’로 시작된 통일교는 숱한 파문과 갈등을 일으키면서도 무시 못할 기세로 성장해 왔다. 통일교 측은 현재 세계 190여개국에 선교사를 내보내고 있고 150만명의 열성 신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확한 신도 수는 밝히지 않고 있다.

탄생 반세기가 지난 현재의 통일교는 사실 종교와는 다소 거리가 먼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사업체 운영 등 현실지향적인 모습도 그렇고 교리에서도 종교적 색채가 많이 지워졌다. 통일교는 40주년을 맞은 1994년 정식 명칭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바꿔버렸다. 교회가 아닌 가정을 중심으로 두고, 가정이 인간 구원의 출발점이라는 ‘참가정 실천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통일교는 2004년 총선을 앞두고는 천주평화통일가정당(일명 가정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선거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가정당을 통해 일반인에 대한 정치·사회 교육을 한다는 취지였다.

‘가정이 천국의 최소 단위’라고 주장하는 통일교는 세계평화 구현이라는 현실적 목표도 추구해 왔다. ‘유엔을 대체할 세계평화기구를 구성한다’며 ‘세계평화 초종교 초국가 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매년 각국 전·현직 정상을 초청해 ‘세계평화를 위한 정상회담’도 열고 있다.

문 총재는 2005년부터는 천주평화연합을 결성, 현실세계의 평화만이 아닌 영적 세계의 평화까지 추구하고 있다.

▲ 여의도 통일교 부지에 들어설 70층 쌍둥이 빌딩 조감도.
2004년 6월 미국의 신문들은 워싱턴DC 상원빌딩에서 열린 통일교의 ‘평화의 왕’ 대관식 행사를 보도했다. 대니 데이비스 하원의원(일리노이주)이 문 총재 부부에게 왕관을 전달했고, 문 총재는 연설에서 “5대 종교의 창시자와 영적 세계의 많은 지도자들, 예를 들어 공산주의 지도자인 마르크스와 레닌, 히틀러 같은 독재자들도 내 가르침에서 힘을 얻고 마음을 바꿔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반인들로서는 황당한 얘기일 수 있지만 통일교 측에서는 이 얘기가 새로운 운동의 시작이라고 본다. 곽정환 회장은 “지상에는 가정연합이 있으니 우주에는 천주연합이 있어야 하고 이 둘을 결합시켜야 세계가 평화로워질 수 있다”는 말로 천주평화연합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뉴욕 링컨센터에서 천주평화연합 창설식을 가진 문 총재는 이후 미국 12개 도시와 한국의 12개 도시를 비롯, 세계 120개국을 돌며 천주평화연합 운동을 설파했다.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해 한 나라에서 행사를 마치고 바로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강행군이었다고 한다. 통일교 관계자들은 당시 일정을 근거로 고령의 문 총재가 아직 건강과 체력에 이상이 없다고 강조하곤 한다. 문 총재의 여정은 작년 12월 일산 국제전시장(KINTEX)에서 민단과 총련계 등 재일동포 1만여명과 이북5도민 지도자, 영·호남 지도자 등 5만여명을 모아놓고 천주평화연합의 역할과 남북통일에 대해 연설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통일교가 왕성한 비즈니스를 벌이고 세(勢)를 유지하는 바탕에는 물론 신도들의 헌금이 있다. 이는 통일교의 막강한 외자(外資) 동원 능력의 비결이기도 하다. 통일교 측은 구체적인 외자 동원 방식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꺼리지만 국내에 입국하는 신도들이 내는 헌금도 무시 못할 비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국내에 입국하는 통일교 신도만 30만명 가량이고 한국인과 결혼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 여성 교인 수만도 1만명 가량 된다. 통일교 신자들은 독특한 종교의식인 ‘조상 해원식(解怨式)’이나 합동결혼식 때 헌금을 한다.


정장열 주간조선 차장대우(j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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