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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100주년]현모양처의 학교서 글로벌 리더 사관학교로
리더십 과목 대폭 늘리고 지도자 체험ㆍ토론 교육을 특화
학생 절반이 장학생… 무선랜 등 캠퍼스 정보화 선도해
숙명여대 약사(略史)
지난 5월 9일 인터뷰 때문에 오랜만에 모교 숙명여대를 찾은 SBS 윤현진 아나운서(중문 97학번)는 길을 몰라서 낭패를 봤다. “새로운 건물이 많이 지어져서 요즘 학교에 가면 어디가 어딘지 몰라요.”

▲ 새로운 숙명여대의 상징인 제2창학캠퍼스. 1997년에 착공해 2004년에 완공됐다.
비교적 최근에 졸업한 윤 아나운서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데 오래전에 이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얼마나 놀라겠는가.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실감나는 곳이 요즘 숙명여대다. 이경숙 총장은 “우리 학교를 오랜만에 찾는 분들은 한결같이 ‘옛날 숙명여대가 아니구먼’ 하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숙명여자대학교가 오는 5월 22일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다. 숙명여대는 초기에는 ‘재가처세(在家處世)’를 교시(校是)로 삼아 현모양처(賢母良妻)를 배출하는 대학으로 정평이 높았다. 이미지도 ‘맑을 숙’자가 들어간 학교답게 맑고 깨끗한 편이었다. 그런 숙명여대가 10여년 전부터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는 시대 변화에 맞춰 변화를 시도해오고 있다. 1995년 ‘제2의 창학(創學)’을 선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도자를 육성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 용어가 보편화되기 전인 10여년 전부터 블루오션 전략을 채택해왔다. 이 총장은 “덩치 큰 남녀공학 대학과 물량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우리 정도 규모의 여자대학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고 말했다.

1997년 숙명여대가 국내 대학 최초로 시작한 재학생 홍보모델 발탁은 1995년 ‘제2의 창학’ 선언 후 숙명여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이됐다. ‘울어라! 암탉아’ ‘나와라! 여자대통령’ 등 파격적인 구호와 청순하고 발랄한 이미지의 여대생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이다. 다른 대학들이 숙명여대의 성공 사례에 자극 받아 이후 대학가에서는 재학생 홍보모델 채택이 봇물을 이뤘다.

정보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숙명여대는 큰 대학들이 다 하는 의대나 공대보다는 작은 캠퍼스가 장점이 되는 정보화가 승산이 있다는 계산을 했다. 1998년 국내 대학 최초로 캠퍼스 전체에 유·무선 랜을 구축했고, 2002년엔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로 학교생활이 대부분 해결되는 모바일 캠퍼스를 완성했다. 현재는 유비쿼터스 캠퍼스 조성을 추진 중이다.

향후 숙명여대를 이야기할 때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숙명여대가 공개한 비전은 ‘세계 최고의 리더십대학’이다. 이것도 블루오션 전략의 일환이다. 구체적인 목표는 2020년까지 대한민국 지도자의 10%를 숙명여대에서 배출한다는 것이다. 2004년에는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리더십특성화대학으로 지정받았다.

▲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숙명여대는 리더십에 학교의 명운(命運)을 걸고 있다. 이는 숙명여대가 현모양처 육성에 치우쳐 상대적으로 여성 지도자의 배출이 활발하지 못했다는 구성원들의 자성(自省)에서 출발했다. 이경숙 총장은 “여자대학이 리더십을 가르칠 때 여성에게 맞는 리더십으로 커리큘럼을 짤 수 있다”며 “남녀공학이 못하는 특성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리더십의 정의부터 바꾸고 있다. 수직적인 리더십을 지양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섬기는 리더십’을 표방하고 있다. 이경숙 총장은 “내가 변하면 개혁도 되고 변화도 된다”며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리더십교양학부를 만들어 1학년은 모두 여기에 소속돼 리더십 교육을 받는다. 학생들은 1학년 때 리더십과 관련된 학점만 14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2학년 때도 리더십과 관련된 전공과목이 있다. 리더십 주간도 숙명여대만의 독특한 제도. 이 학교 학생들은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면 정규 수업을 받는 대신 각 과별로 리더십과 관련된 체험을 한다.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한 과도 있고 과별로 제각각이다. 리더십에 봉사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숙명여대는 학생의 48%가 장학금을 받는데 한 학기에 15시간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리더십을 기르기 위해서는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말하고 글 쓰는 능력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모든 숙명여대생들은 1학년 때 읽기, 쓰기, 발표, 토론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총장·재학생 간담회도 한 학기에 두 번 열어 토론을 벌인다. 덕분에 이 학교에는 등록금 인상 반대 플래카드가 없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숙명여대생들이 토론하는 걸 보니 TV 심야토론보다 우수하다”고 칭찬했다.

이 학교에는 끊임없이 저명 외부인사가 다녀간다. 역할 모델을 보여줘서 학생들에게 ‘나도 저런 인물이 돼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 말에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다녀갔다.

▲ 숙명여대 정영양 자수박물관
숙명여대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을 추구하고 있다. 2001년부터 외국 대학과 복수학위제를 채택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아메리칸대학, 중국의 우한(武漢)대학, 일본의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과 협정을 맺고 있다. 국내와 해외의 두 대학에서 각각 2년간 수학한 후 졸업하면 두 곳의 학사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게 된다. 해외 20개국 124개 대학과 자매대학 협정도 맺고 있다. 5월 12일 현재 남학생 3명을 포함, 외국인 교환학생 21명이 숙명여대에서 수학 중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선도대학을 지향하고 있는 숙명여대에만 있는 문화시설은 대학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정영양 자수박물관은 자수의 권위자 정영양 박사가 평생 수집해 기증한 자수유물 600여점을 토대로 설립된 것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문화공간이다. 문신미술관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文信·1923~1995) 선생의 작품 수백 점을 전시하고 있다. 한국음식연구원은 조선왕조의 궁중음식과 사대부의 반가(班家) 음식을 전수 받은 역대 교수들의 전통과, 현대 식품영양학을 연구하는 신진 연구자들의 과학이 접목된 국내 유일의 대학 부설 우리 음식 연구시설이다.

숙명여대의 개혁 노력이 평가 받으면서 수상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1998년, 1999년, 2001년 3회 교육개혁 추진 우수대학으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 연속 국가고객만족도(NCSI) 1위 대학으로 선정됐다. 2000년에는 국내 대학 최초로 교육행정서비스 전 부문에서 국제품질경영시스템(ISO 9001) 인증을 획득했다.

외부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숙명여대의 행정 혁신 프로젝트를 맡았던 김윤 사무생산성센터 대표는 “10개가 넘는 대학에서 컨설팅을 진행했지만 가장 보람 있고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경우가 숙명여대의 행정혁신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박영철 주간조선 기자(ycpark@chosun.com)

*본 기사 작성에는 권미선(prairie3@naver.com)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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