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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Ⅴ]동방신기를 모른다? 당신은 쉰세대!
東方神起를 아십니까?
잠실 주경기장 빌린 앨범 신고식에만 5만여명 팬이 몰린 신세대의 최고 우상
기성세대엔 이름도 낯선 먼나라 이야기··· "지나친 상품화" 우려의 시선도
팬카페 ‘유愛루비’ - 회원 88만7000명… 국내 팬카페 중 1위
▲ (왼쪽부터)믹키유천, 최강창민, 영웅재중, 유노윤호, 시아준수.


지난 9월 10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을 지나친 사람들은 벌떼처럼 몰려든 여학생 인파를 보고 아마 큰 경기가 열려 대규모 학생응원단이 동원된 것쯤으로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주경기장에 축구경기는 열리지 않았다. 단지 한 대중가수 팀이 신보 발매를 앞두고 관계자들에게 신고를 하는 행사, 이른바 ‘쇼 케이스’가 개최되었을 뿐이다.

그 팀은 여학생들의 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5인조 그룹 ‘동방신기(東方神起)’였다. 행사장에 참여한 인원은 5만명 정도로 집계됐다. 정식 공연도 아닌 조그만 신고식에 축구 A매치(국가대표팀 간의 경기)의 평균 관중보다도 많은 여중생과 여고생이 몰려든 것이다. 여학생 관중은 잠실벌이 떠나갈 정도의 아우성과 함성으로 동방신기 오빠들을 응원했다. 보통은 작은 행사장를 빌려 하는 쇼 케이스를 다른 곳도 아닌 잠실 주경기장에서 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무려 5만명의 팬들이 참여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아직도 어른들에게는 이름이 낯선 동방신기가 데뷔한 지 2년도 채 안되어, 가요계의 최고 인기가수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함성과 아우성으로 표현되는 여학생들의 집단 히스테리 덕분이다. ‘팝 히스테리’는 흔히 역사를 창조한 수퍼스타가 되는 초기조건으로 꼽혀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스, 조용필, 서태지와 아이들 등이 모두 여학생의 흥분과 광기를 통과의례로 삼아 절대강자로 비상했다.

오빠부대의 집단 히스테리는 ‘허그(Hug)’와 ‘더 웨이 유 아(The way u are)’ 두 곡으로 동방신기를 곧바로 데뷔한 해에 방송사의 연말가요대상에서 신인상은 물론 일약 10대가수로 진입하게 만들었으며 또한 각종 행사와 공연의 관중동원 기록을 경신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그들은 가는 곳마다 여학생들을 몰고 다녔으며, 그들의 절규에 힘입어 다른 가수들과의 합동무대에서도 ‘객석이 가장 소란스러운 가수’로 이미지를 굳혔다.

첫 앨범으로 이미 최고가 된 동방신기는 올해 막 발표한 2집 앨범 ‘라이징 선’으로 다시 한번 핫뉴스를 제공했다. 앨범이 시장에 나오기 전 소비자들의 예약 주문만으로 13만장을 넘어선 것이다. 일반적으로 톱클래스 가수의 초도 주문량은 대략 4만~5만장 선. 13만장이면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5만장만 팔려도 히트작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 극심한 침체기에는 실로 대박이다. 초도물량 13만장이라는 점에 주요 인터넷 매체들은 일제히 “동방신기가 올해 앨범판매량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요지의 기사를 게재했다. 가요관계자들도 “동방신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가요계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점에 부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동방신기는 이수만 이사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기획사인 SM 엔터테인먼트의 작품이다. 유노윤호,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 최강창민 등 다섯 멤버들은 SM의 자체 연예인 양성조직인 ‘스타라이트 아카데미 시스템’의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라인업을 갖추고 작년 봄에 데뷔했다. 이들이 성공한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잘 생긴 외모에 춤 잘 추고 노래도 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자질을 갖춰도 이것을 받아들이는 소비자층이 존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기다리던 스타

동방신기는 우리 가요계의 남아있는 음악구매층은 10대들이라는 사실, 음반을 사든 MP3 다운로딩을 하든 수치로 잡을 수 있는 확실한 구매세력은 틴에이저라는 것을 일러주었다. SM 엔터테인먼트는 H.O.T로 활짝 열린 ‘틴 마켓’은 확고하며 언제라도 존재한다는 점을 동방신기를 통해 다시금 증명해 낸 것이다.

▲ 지난 6월 13일 LA홍보대사로 위촉된 동방신기와 보아.
마침 그들이 나오기 전 H.O.T는 이미 해체되었고 아이돌 그룹의 명맥을 이어가던 ‘신화’도 멤버들이 각자 솔로에 치중하면서 결속력이 와해된 상태였다. ‘또래의 집단가무’에 흥분해온 10대 음악 팬이 적절한 속풀이 대상을 찾지 못해 애태우던 바로 그 시점에 가뭄 속의 단비처럼 홀연히 동방신기가 찾아와 준 것이다. H.O.T가 그랬듯 폭발적 호응은 예약되어 있었다.

이들이 SM사단이라는 사실은 평범한 신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가요계의 팬들, 특히 주요 세력인 여학생 팬들은 그들이 SM 소속이라는 사실에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스타를 선망하는 틴에이저 걸 사이에는 ‘SM은 체계적으로 스타를 키우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는 막연한 신뢰가 퍼져 있다.

1990년대 후반 H.O.T, SES, 신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그리고 ‘아시아의 별’ 보아를 연쇄적으로 키워낸 SM 엔터테인먼트가 ‘흥행의 보증수표’인 동시에 어느덧 ‘신뢰의 코드’로 이미지를 구축한 셈이다. 하지만 SM은 영광의 이름인 동시에 가수를 그것도 키드를 대상으로 하는 가수를 마치 상품처럼 가공해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비판의 표적이기도 하다.

많은 음악관계자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음악과 상품(가수)에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한사코 애정을 유보한다. 음악가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해가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SM은 가수의 예술적 자유를 희생시킨 채 오로지 매출 중심의 기획을 통해 가수를 상품처럼 찍어낸다는 것이다.

외부 이미지와 평가에 있어서 동방신기도 SM과 운명을 같이 한다. SM이 ‘한번 H.O.T를 만들어 재미를 봤으면 됐지 왜 또 다시 탐욕스럽게 기획을 재탕하는 것인가’하는 비판을 받듯이 그들도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서 그들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를 놓고 네티즌 간에 논란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그들의 음악성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옹호하고 다른 쪽은 “그들은 상품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힐난한다.

동방신기가 ‘이 시대에 음악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의 독자적인 세계를 가진 가수라야 진정한 음악가라는 사고를 갖고 있다. 이런 사고의 소유자들은 댄스가수, 외모에 치중한 가수 그리고 음악적으로 설익은 키드 가수들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음반과 라디오로 음악을 접한 기성세대일수록 이런 입장을 견지한다. 아마도 어른들이 동방신기를 음악가로 인정해주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가수가 단지 음악만 잘해서는 곤란하고 비주얼, 의상, 유머감각 등이 결합된 토털 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것이 시대추세와 관련, 필수적일 뿐 아니라 정당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금 과장하면 스타성이 곧 음악성이라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대체로 신세대 사이에서 우세하다. 한 여고생은 “우리는 동방신기 오빠들이 음악적 우상이 아니라 친구가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대차마저 보이는 의견대립에서 당장 결론이 나오기는 어렵지만 ‘아티스트론(論)’이 조금씩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동방신기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개의 키드그룹과 달리 이들의 노래실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데뷔곡 ‘허그’가 놀라움을 주었던 것은 멤버 다섯이 다 노래를 부르고 예상 밖으로 조화로운 하모니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2집 새 앨범도 첫 곡인 ‘투나잇(Tonight)’부터 충일한 하모니를 과시, 보이밴드는 가창력이 형편없다는 일반의 인식을 뒤흔든다. H.O.T와 같은 종래의 아이돌 그룹과 동방신기가 분리선을 치는 것이 이 부분이다.



2집 발매와 더불어 뮤직비디오로 소개해 호응이 폭발한 곡 ‘약속했던 그때에’처럼 무반주 합창인 아카펠라를 자주 구사하는 것도 거기서 비롯된 자신감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그들은 1990년대 가요의 명작으로 꼽히는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을 불러 호평을 받았다. 이 곡을 쓴 김광진은 언젠가 “동방신기가 예상보다는 리메이크를 잘했다고 본다. ‘마법의 성’을 다시 10대에게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이 곡을 불러준 그들이 고맙다”는 소감을 피력한 바 있다.

위태로운 전사

어디에서도 그들의 실력을 대놓고 폄하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도리어 앨범을 잘 만들었다는 의미의 ‘웰 메이드’라는 칭찬이 주어진다. 한 KBS 라디오프로듀서는 “동방신기가 여학생에게 인기가 높다고 음악성은 논외라고 치부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며 “소속을 떠나서 그들이 실력을 갖추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룹하면 대부분 영어를 쓰는 때에 ‘동방의 신이 일어난다’는 의미의 한자어를 그룹명으로 쓰고 멤버 이름 또한 유노윤호, 믹키유천과 같은 식으로 붙인 것도 이색적이다. 이것은 한자문화권인 동아시아의 톱 가수가 되려는, 한국의 가수가 아니라 ‘아시아의 가수’로 상승하려는 집념의 표현이다. 그룹의 태생부터 한류(韓流)를 전제로 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도 인기를 끈 이들은 일본에도 진출해 오리콘차트 7위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이미 2장의 싱글 앨범을 냈고 곧 세 번째 싱글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보아에 이은 ‘한류폭풍의 차세대 주역’이라는 점도 이들의 객관적 위상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준수하고 해외에서도 성공의 궤적을 만들어가는 공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보는 전체 음악계의 눈은 따사롭지 않다.

아직도 거대 기획사의 후원, 여학생의 얼을 빼는 외모와 댄스로 틴 마켓을 공략하는 위태로운 전사로 그들을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라도 동방신기가 보아처럼, 또 이름이 지향하는 것처럼 외국에서 더욱더 혁혁한 전과를 거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내수보다는 수출에 중점을 두라는 것이다. 이 점만 하더라도 앞으로 그들이 할 일은 많다. 물론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많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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