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기사 경로


기사 본문

[내 아내, 내 남편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의 부인 김소희씨④
“운동으로 따지면 남편에게도 안져요!”
딸 동아가 본 아빠
수감 중인 전대협 의장과 평회원 사이, 편지 주고받다 동지서 부부로
운동권 출신에 시님단체서 환경운동... 의견 엇갈릴 땐 계급장 떼고 맞장


▲ 계룡산 나들이길. 결혼 전인지 후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임종석(任鍾晳·서울 성동 을) 의원을 만나는 것보다 그의 부인 김소희(金素姬)씨를 만나기가 훨씬 어려웠다. 어렵게 인터뷰 승낙을 받고나서도 김씨의 책 출간(出刊)과 일본 출장 때문에 인터뷰 날짜는 계속 밀리고 취소되길 반복했다. 정치인이라면 무작정 찾아가 ‘뻗치기’라도 하려건만.

결국 일본 출장에서 막 돌아온 김소희씨를 행당동 자택에서 만났다. 9월 8일 자정 무렵이었다. 태풍 ‘나비’ 때문에 비행기가 연착했단다. 잠에서 깬 아홉 살짜리 딸 동아는 공항서 막 도착한 엄마를 보자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닷새 동안 전화 한번 안한 엄마는 와서 반가운데 낯선 사람들이 와 있으니 어색하고 서러웠나보다. 김씨는 “동아가 바란 엄마와의 재회는 이게 아니었지?”라며 딸을 품에 안았다.

김소희씨는 서울 행당동의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라는 어린이 도서관의 관장이다. 일본 출장도 관장 자격으로 ‘조선’ 국적을 갖고 있는 재일동포의 민족학교를 방문, 책을 전달하러 간 것이었다. 임 의원은 평소 “자신의 일과 꿈에 몰두하는 동아 엄마가 사랑스럽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날은 “김소희 여사가 일본 가선 사흘째 연락도 없었다”며 “동지로 사는 것도 좋다지만 너무한 것 아니냐. 나를 챙겨주는 마누라를 따로 얻어야 할 것 같다”고 농을 했다.

●●운동권 출신에 환경지킴이

밤 12시가 넘어 맥주 몇 병을 사들고 퇴근한 임 의원이 “이 사람이 취재당하는 것엔 익숙지 않아서…”란다. 김씨는 기자생활만 10년 넘게 했다.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재학시절 학보사에 있으면서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활동을 했고 월간지 ‘말’의 객원기자로 3년, 환경운동연합 기자로 5년 넘게 일했다.

“주로 취재대상지는 쓰레기소각장, 핵폐기장, 기름오염 사건 장소, 핵발전소 등이었죠.” 취재하러 갔다가 시위에 참가해 경찰에 잡히기도 했다. “저의 반핵 입장은 뚜렷해요. 반핵운동 현장에 가볼 때마다 찬반으로 나뉘면서 공동체가 깨지는 게 안타까웠어요.”

환경운동연합을 그만둔 것은 동화를 쓰고 싶어서였다. 대구의 한 아이 얘기를 다룬 ‘페놀 아이’와 철거민 동네 얘기를 다룬 ‘양돈 마을 큰 바위 얼굴’이란 동화도 써봤다. 지인들은 “아이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동화치곤 너무 사실적”이라고 했다. 사회에 대한 그의 고민이 녹아있어서였다.

▲ 일본 출장에서 막 돌아온 김소희씨가 새벽 2시에 카메라 앞에 섰다.
김씨는 인터뷰 중에도 “우리 시민단체는…”이란 말을 몇 번이나 썼다.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보였다. 시민단체 출신이다보니 현실정치에 나선 남편과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실은 그 때문에 지난해 크게 부부싸움을 벌였다. 한번은 지난해 봄 김선일씨 피랍사건 직후 국회에서 이라크 자이툰부대 파병안 처리로 논란이 일 때였고 또 한번은 연말에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로 여야가 대치할 때였다.

“우울증에 걸릴 만큼 전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전화기를 던질 정도로 심하게 싸웠어요. 동아 아빠(임 의원)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거든요.” 당시 임 의원은 열린우리당 대변인으로서 정부·여당의 파병 입장을 브리핑했다. 사실 임 의원은 2003년만 해도 13일간 단식농성을 벌이며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반대했었다. “인터넷엔 동아 아빠에 대해 ‘변절자’라는 욕들이 올라와 있었어요. 제 마음이 두근두근거리고 무겁고 그랬어요. 이 사람 진심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요.”

국가보안법 폐지안이 통과되지 못한 지난해 말에도 여러 날 두 사람은 등을 돌리고 잠을 잤다. “이 사람이 국보법 철폐를 원하는 줄이야 알지요. 하지만 철폐되지 못하더군요. 저희 같은 시민단체 사람들은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시 부부는 소주 한 병씩을 들이켜며 토론을 벌였다. “동아 아빠는 ‘난 시민운동가나 재야운동가가 아니라 정치인’이라면서 ‘당신은 내가 정치인이란 걸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어요. 저 보고 ‘왜 결과만 놓고 얘기하느냐’는 거예요. ‘정치는 당(黨)이나 구호만으론 안되고 상대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과정이 힘들고 과정 자체가 정치’라는 거예요.”

남편은 “정치인 임종석에게 너무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서운함도 내비쳤다. 김씨도 그때쯤 돼서 “당신 지적도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시절 선후배들은 현재 대부분 재야·시민단체, 민주노동당에 속해있다. 그는 성공회대 대학원 NGO학과를 수료하기도 했다. 김씨는 “심정적으론 재야·시민단체나 민노당에 가까워 나도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부부싸움이야 하지만 그래도 김씨는 남편을 믿는다. “이 사람이 변절했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그런 신뢰는 있어요. 요즘엔 저도 이 사람을 정치인으로 보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전대협 의장과 평회원

1992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원주교도소에 복역 중인 임종석 전국대학생 협의회(전대협) 의장에게 한 장의 편지가 날아왔다. 전대협 평회원 출신인 김소희씨였다. “전대협에 있을 때의 나 자신과 사회로 진출한 뒤의 나 자신을 돌아보니 고민을 하게 됩니다. 고민을 편지로 보내도 될까요.”

그렇게 편지는 시작됐다. ‘의장님’이란 호칭은 시간이 가면서 ‘학형’으로, 다시 ‘형’으로 바뀌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주고 받던 편지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오갈 정도로 속도가 붙었다. 연서(戀書)가 아니었다. 학생운동 등 젊은 시절의 고민과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자기 고백이었다. 감옥에 있던 임종석 의장은 김씨를 통해 세상을 읽었다.

“미군기지 여성 살해사건 기사와 사진도 붙여 보냈고 유행하던 노래 악보, ‘윌리를 찾아라’ 같은 만화도 보냈어요.” 딸 동아를 껴안아 재워주던 임 의원에게 “대체 어떤 내용이었냐”고 물어보니 “귀찮았지. 뭐 되도 않는 얘기들이었지”라며 씩 웃었다.

3년6개월 복역한 임 의원이 출소했다. 그런데도 소식이 없어 “참,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람이구나” 할 무렵 김씨에게 연락이 왔다. 편지만 주고받은 지 1년 반 만의 첫 대면이었다. 글로 쌓은 정(情)이 강했나보다. 얼마 지나 임 의원의 입에서 농담처럼 ‘여보’란 말도 나왔다. 1996년 수덕사에 갔다가 내려오던 중 임 의원이 “결혼하자”고 했다. 그해 3월 ‘의장님’과 ‘소희 후배’는 웨딩마치를 울렸다.

“결혼 후 실질적인 가장은 동아 엄마였다”고 임 의원은 말한다. 돈이 없어 딸 동아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었고, 쌀을 살 돈이 없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도 둘 다 서로 “돈 벌어오라”는 말은 안했다. “제가 덜컥 일을 그만뒀을 때였어요. 그때 ‘돈은 없으면 빌려쓸 수 있지만 시간은 빌려쓸 수 없다. 네가 동화를 그렇게 쓰고 싶어하는데 마음먹은 대로 해라’고 했어요.” 김씨는 지금껏 그때 남편의 마음 씀씀이를 고마워한다. 두 사람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잘 크자. 그게 서로 돕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김씨는 늘 고민하며 산다. 요즘 그는 엄마의 책 읽어주기가 알맹이 없는 이벤트가 되는 현실에 대해 고민한다. ‘좋은 책, 엄마, 아이’, 이 세 박자가 만들어내 어떻게 진정한 사랑을 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시민단체와 정치

▲ 신혼 초 정동진에서.
대학졸업 후엔 현실과 이상이 부딪쳐 한 차례 혼란의 시기를 보냈다. 대학시절 시위하면서 “애국시민 여러분~” 하고 외쳤는데 본인이 정작 ‘애국시민’이 되고 보니 달랐다고 한다. “학생운동을 할 땐 자취방에서 빈둥거리고 놀아도 조직의 테두리 안에 속해있잖아요. 막상 사회에 나와보니 아무것도 안 하면 정말 안 한 게 되더라고요.” 그때 언론운동, 총학생회 활동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리포트로 적어 정리해 나갔다.

김씨는 “언론운동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그때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현재 시민단체, 재야, 인터넷 매체, 안티조선 쪽에 많이 계시다”면서 “조선일보 매체와 인터뷰하는 게 그래서 부담스럽고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느 조직에 있건 사람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전에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에서 일하던 운동권 선후배들을 만났는데 보수언론이라 불리는 매체에 일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누가 더 낫고, 못 낫고를 따진다는 게 좀….”

그는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갈등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한다. 단순히 자신이 시민단체 출신이고 남편이 정치인이라 그런 것 같진 않다. “정치권은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해요. 다만 시민단체도 국민정서가 뒷받침돼 어쩔 수 없이 이뤄지도록 해야지 상대방에 대해 ‘이것밖에 못하느냐’고 매도해서 협상의 불씨를 꺼버리면 안될 것 같아요.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서로 동력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더라고요.”

김씨는 “재야는 재야대로 비판하고, 시민단체는 세부 대안을 제시하고, 정치권은 또 협상을 하면서 각각의 역할을 해야할 것 같다”며 “매일 실패한 싸움만 해선 안되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사실 선명성을 가져야 존재하는 시민단체 내부의 고민도 있다”며 “다만 우린 요즘 너무 많은 걸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닌가 고민스럽다”고도 했다.

김씨는 사안별로 생각이 정리돼 있고 균형감도 있는 것 같았다. 이쯤 되면 부부정치인 한 커플 탄생해도 될 것 같다 싶었다. 그래서 불쑥 “시민단체 출신 여성의원도 있는데 혹시 정치해볼 생각 없었냐”고 물었다. 김씨는 손사레를 치며 “남편이 정치 시작할 때 이혼할 수 없어 받아들였다. 말도 안된다”고 답했다.

●●정치인 임종석의 아내

김씨에게 “내조보다는 내 일이 우선 아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선거 때는 나도 잘한다”고 했다. 16대 선거 땐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2시 넘어까지 다녔다. 다른 후보자의 부인들은 저녁 6~7시면 귀가하지만 밤에 호프집, 소주집까지 다니면서 일일이 손잡고 인사했다고 한다.

“17대 선거 때 동아 아빠는 본인 선거를 못 챙기고 지방으로 유세 다녔었어요. ‘다른 후보 일곱 번 다녀갈 동안 임종석은 얼굴도 안 비친다’는 말을 들으면 달려가야 했지요.” 젊디 젊은 데다 동안(童顔)인 김씨를 사람들은 수행비서쯤으로 여겼다. 옆에 있는 50대 여성부장을 보고 “아이구 사모님~”이라고 했고 김씨를 보고는 “아이고, 애기네”라고 했다. 한번은 찢어진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어디를 다녀왔는데 한 당원이 지역구 사무실로 전화 걸어 “사모님 옷차림이 좀~” 하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씨는 “딸 하나 둔 30대 엄마로 묻혀 지내는 게 편하다”며 “하지만 지방선거, 대선 등 우리 선거 아닌 다른 선거도 뛰다보니 좀 들통이 났다”고 한다. 요즘은 “난 당신 법안 발의하는 것 보러 남들처럼 국회 방청도 못가고, 50대 사모님들에게 ‘형님’하고 끼기도 어렵다”며 “내 잘하는 것 잘하게 그냥 놔둬 달라”고 한단다.

사람들은 임 의원에게 386 운동권 세대의 대표성을 부여한다. 그러다보니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아 같은 일을 해도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실리고, 욕도 더 먹는다. 김씨는 “많이 사랑받았으니 감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은 김씨나 임 의원이나 ‘386’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같은 30대인데 대학을 안 다닌 사람은 386세대에 넣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괴리감을 줄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요즘 두 사람은 다툴 일이 없다. 대변인을 그만둔 임 의원은 최근 자이툰 부대의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서명했다. 김씨는 “남편이 인기 있으면 저야 당연히 좋다”며 “동아 아빠가 조급한 사람이 아니고 본인이 부각되는 것에 목숨 거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는다”고 했다. 요즘 들어 북핵 문제, 통일 문제에 대해 열정을 갖고 연구하는 남편 모습이 보기 좋다. 다만 김씨는 임 의원이 3선 정도까지만 정치를 했으면 한다. 임 의원을 좋아하는 동네 어른이 농담조로 김씨에게 “우리 영부인 오셨네” 하면 당황스럽기만 하다.

“나중에 남편은 귀농하고 전 시골에서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그렇게 건강하게 땀 흘리며 살자’고 하면 이 사람은 ‘넌 땀 흘려라. 난 원두막에서 쉴래’라고 해요.”(웃음)

새벽 2시에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김씨와 서로 “정치인 아내 하기 힘들다” “기자하기 힘들다”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황성혜 주간조선 기자(coby0729@chosun.com)

 

1 · 2


스폰서




홈
전체기사
맨위로

인기기사

커버스토리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