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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 내 남편은 국회의원]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부인 이순삼씨③
“시끄러운 남편 덕에 맘 편할 날 없어요”
◎ 영·호남의 결합
▲ 1987년 홍 의원이 울산지청에 근무하던 시절.
최근 민노당 노회찬 의원의 ‘삼성 떡값 검사’ 주장이 파문을 일으킬 때였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서울 동대문 을)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검사 시절) 선배들이 주는 용돈과 명절 때 지역 유지들이 주는 용돈을 받아본 일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홍 의원의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엔 네티즌의 비난 글이 쏟아졌다.

홍 의원의 부인 이순삼(李順杉)씨는 “왜 안해도 될 소리를 해서 욕을 먹나 싶다”고 했다. ‘남편에 대한 욕이 얼마나 많이 올라와 있을까’ 싶어 평소 체크하던 인터넷 사이트도 들어가질 않았다. 군 제대해서 복학한 큰 아들이 외국에 있는 게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홍 의원은 재외동포법 개정안을 발의해 네티즌의 인기를 한 몸에 얻었다.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한 사람에 대해 재외동포로서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었다.

네티즌이 비판하거나 환호하거나 이씨가 좌불안석이긴 늘 마찬가지다. “남편이 낸 법안의 뜻이 옳고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도 늘 다른 한쪽으론 불안하더라고요. 그런 때일수록 왠지 더 조심해야할 것 같고요.”

홍 의원은 최근 ‘성인 1인당 소유할 수 있는 주택을 한 채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특별법 발의를 준비한다고 해서 또 여론의 화제를 모았다. “1년 전부터 제게 이 내용을 묻더라고요. (실행하기에) 좀 빠른 게 아닌가 싶었지만 뭐 다 재보고 알아보고 결정한 것이겠죠.” 이씨는 “신문 보니까 집을 1000채 넘게 가진 사람도 있더라”며 “‘1가구 1주택’이 아니라 ‘1인 1주택’으로 제한하는 것인데 괜찮지 않겠느냐. 문제될 것 같으냐”고 물었다.

이렇듯 남편 홍 의원은 하는 말, 내놓는 법안마다 정치권 안팎에서 화제 만발이다. 부부 모두 “시끄러운 남자”라는 데 동의한다. 홍 의원은 “집사람은 시끄러운 걸 싫어한다”며 “나도 밖에서만 시끄럽지 집에 오면 절대 안 시끄럽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디 한번 ‘시끄러운 남자’와 사는 아내 얘기를 들어보자.

“남들은 하고도 안 한 것처럼 어물쩡 넘어가는데 이 사람은 매사 자기 자신을 너무 드러내요. 그게 늘 불만이었어요. 세월 흐르니까 남편이 욕 먹는 것에도 내공이 쌓이데요. 남편 덕분에 용감해졌어요.”

정치인 아내 10년차, 이쯤 되니 정치라는 동네는 싫으나 좋으나 아군 아니면 적군으로 편갈라 살게 마련이라는 진리도 깨달았다. “처음엔 누가 욕하면 덜컥 겁부터 나고 속상했어요. 가만히 보니까 (남편의) 반대쪽 사람들은 아무리 남편이 잘해도 의심하고 욕부터 하데요. 요즘엔 ‘남편이 한 것 중엔 나쁜 건 없지 않았나, 시간 흐르면 다 해결된다’고 여기게 됐어요.”

시간이 가르쳐준 지혜다. 덕분에 맷집도 세졌다. 그래도 ‘저격수’ ‘폭로 전문가’ 같은 말을 남편이 듣고 다니는 것은 정말 싫다. “저격수는 원래 한 발에 탁 쏘아 죽이는 것이라면서요? 남편은 그러지도 못하는데요, 뭘….” 이씨는 “아이들도 저도 그 말을 참 싫어한다”며 “뭐든지 하나를 해도 확실히 물고 늘어지는 스타일이라 그런 말을 듣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동창 모임에 가면 또 “어떻게 그런 무시무시한 사람과 사느냐”고들 묻는다. 하기야 검사시절 조직폭력, 슬롯머신 수사를 담당한 홍 의원이 TV드라마 ‘모래시계’의 스타 검사로 이름을 날릴 때부터 듣던 얘기다. 홍 의원은 수사 검사로 유명했지만 검찰 조직에서 미운털이 박혔고 쓴소리와 폭로 때문에 정치권에 와서도 욕을 먹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저격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대해 쓴소리 한 인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대척점에 선 사람….

남편이 이런 말을 듣는 데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씨에게 “정치는 타협 아니겠느냐”고 했더니 “남편이 꼿꼿하게 원칙을 내세워서 그렇지, 상임위 같은 데서 같이 일해본 분들은 타협도 잘하는 양반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남편 편을 우선 들고 보긴 했지만 이씨는 “사람 성격이 그리 쉽게 변하진 못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씨는 홍 의원에게 “상대방의 말을 많이 들어주라”고 늘 당부한다. 아내의 이런 말을 들으면 홍 의원은 “내가 좀 심했재이?”라고 인정한단다.

●● ‘정치인 아내’의 선거전 노하우

▲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부인 이순삼씨를 "정윤희처럼 예쁜 내 아내"라고 한다.
1996년 남편이 “신한국당에 입당한다”고 할 때만 해도 이씨는 남편을 뜯어말렸다. 그는 “검사의 아내일 땐 참 좋았다”며 “집 나서면서 옷차림 한번 더 챙기지 않아도 됐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젠 벌써 ‘정치인의 아내’가 천직인 것 같아 보인다. 그는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홍준표를 안 찍는 사람, 대체 뭣 땜시 안 찍느냐”고 능청을 떠는 경지에 올랐다. 홍 의원이 검사 시절엔 밤 새워 포커 치다가 늦게 들어오곤 했을 때 “밤 11시까지 귀가하라”는 엄명을 내렸던 그였다. 그러더니 요즘은 남편이 밤 9시 이전에 귀가하면 “사람도 안 만나고 왜 이리 일찍 들어왔느냐”고 야단을 친다.

평소에도 “정윤희같이 예쁜 내 아내”라고 아부하는 ‘닭살 부부’지만 선거를 치를 때 일심동체를 재확인한다. 홍 의원은 “내 떨어지면 너도 안되잖아. 그러니까 열심히 하재이~”라고 한다. 이씨는 “친구들이 ‘너 이렇게 죽도록 일해도 남편이 안 알아줄 걸?’ 하며 놀린다”라며 “하긴 이 양반은 선거 때만 고마워하는 것 같다”고 은근슬쩍 남편 흉을 봤다. 하지만 ‘금배지’에 대한 이씨의 정성과 노력은 남다르다. “금배지야 남편이 다는 것이지만 나도 단다는 마음으로 똑같이 뛰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홍 의원은 지금껏 세번의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정치인의 아내’ 선거 노하우를 들어보자일단 새벽 4시에 일어나 화장하고 현관문을 나선다. “얼굴 그을리지 않으려고 선블록 크림을 바르게 되면 자꾸 화장이 짙어져서 안돼요. 어른들 뵙는데 모자도 쓰면 안돼요.” 현관 문을 나서면 산, 뚝방, 공원을 샅샅이 훑는다. 남편과 반대쪽 끝에서 시작, 양쪽을 공략한다. 그러다가 “지금 막 홍 후보가 지나갔는데 또 왔느냐”는 말을 들으면 얼른 “죄송하다”고 하고 지나가는 게 상책이란다.

고작 그가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은 “홍준표 의원 집사람이에요. 저희 남편 꼭 좀 도와주세요”다. “저희가 밥 사는 게 아니라면 크고 작은 모임에 찾아갈 수 있어요. 하지만 인사할 때 조심해야 해요. 선거법이 까다로워져서 ‘한표 찍어주세요’ 이렇게 말했다간 걸리거든요. 두세 마디를 외워서 말하는 게 안전하죠.”(웃음)

그는 “여자가 열심히 해서 (남편의) 표가 올라가진 않지만 잘못하면 표가 뚝 떨어질 수 있다”며 “열심히 하면서도 욕 안 먹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지역 구민을 대할 땐 “내 친척 어른이겠거니 생각하는 게 최고”란다. 그래야 덥석 손 잡고 인사하기도 편하고 진심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또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말을 건네자 “조그만 지역구 나갈 때도 간단치 않은데 훨씬 더 열심히 해야겠지요”라고 말했다.

8월 31일 서울 전농동의 아파트에서 인터뷰를 하고 나니 이씨는 잔칫상 같은 저녁상을 차려왔다. “요즘 다들 각박해졌죠? 기자들이 정치인 집에도 안 오고, 설사 와도 식사 내는 사람들 없다던데요. 만날 바깥 음식만 드실 텐데 어서 들어봐요.” 인터뷰 시작할 땐 “떨린다”더니 반찬을 집어주는가 하면 “집에 싸가라”고까지 했다. 홍 의원은 집으로 전화를 걸어 “소박하고 잘 모르는 우리 아내, 인터뷰하면서 쥐고 흔들지 말라”고 부탁했다.

●● 정치에 대해서

이씨는 권력을 좇고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남자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로 인해 조그만 일이 개선돼도 좋은데 국민을 대상으로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보람있겠어요? (아내 입장에서) 남편이 이런 일을 해도 뿌듯한데 본인들이야 왜 하고 싶지 않겠어요. 문제는 (정치를) 제대로 못하고 잘못한다는 데 있겠죠.”

그는 “한나라당이 집권하길 바라냐”는 질문에 “당연하죠”라고 했다. 이씨는 ‘역시 여당이 좋구나’ 하는 걸 느낄 때가 있었다고 한다. 홍 의원은 여당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1997년 대통령선거로 정권이 교체돼 야당의원이 됐다. “크고 작은 선거를 치를 때 의원 부인도 나가서 돕는데 야당일 때와 여당일 때는 너무 다른 것 같더라고요.”(웃음)

이씨는 요즘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지부 의원의 부인 모임, 기도 모임 등에 나간다. 예전엔 의원 부인 모임이 잘 운영됐는데 요즘은 아니라고 한다. “아무래도 야당이니까요. 그런 모임을 열려고 해도 돈이 들고 누가 선뜻 나서지도 않네요. 제가 나설 수도 없고요. 열린우리당엔 그런 부인 모임이 있다는데 잘되고 있나요?”

그는 “정치는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줄이고 국민을 편히 먹고 살게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여당이 그걸 해야 하고 야당이 제대로 감시해야 하는데 그걸 다들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씨는 “누가 하든 입으로 정치하지 말고 사회의 그늘을 잘 보듬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지역구 내 치매노인 복지관 등을 다니고 10년째 제천교도소 소년원 아이들을 돕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기업에서 정치인에게 돈 주고 나중에 문제 터지길 반복하잖아요. 기업들이 그럴 돈 있으면 대신 노인, 보육, 장애인 등 분야별로 사업을 책임져 맡으면 어떨까요. 그러면 사회가 훨씬 윤택해질 텐데요.”

●● 가족 스토리

홍 의원 부부의 연애 스토리는 이름나 있다. 1976년 한 꾀죄죄한 얼굴의 고려대 법대생이 용돈을 찾기 위해 국민은행 안암동 지점에 갔다. 창구에 있던 한 여행원이 눈에 들어왔다. 이 대학생은 국민은행에 근무하는 대학 선배의 도움을 받아 이 아가씨와 첫 만남을 가졌고 “나하고 앞으로 살 생각있으면 다음주 수요일까지 도서관 4층으로 찾아오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빨간 코트를 입은 그 아가씨가 도서관 밑에 와 있는 게 아닌가.

▲ 최근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 둘째 아들과.


홍 의원은 1982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이씨와 결혼했다. 검사생활 11년 동안 이삿짐만 10번 넘게 꾸려야했다. 홍 의원을 모델로 한 드라마 ‘모래 시계’ 방영 땐 이씨에게 과거를 추궁당하기도 했다. “대학시절에 드라마 속의 고현정 같은 사람이 정말 있었냐”고 따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씨는 “내가 그때 뭘 따졌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흐렸다.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을 땐 “아내를 죽이겠다” “아들을 납치하겠다”는 협박 전화들이 집으로 걸려오기도 했었다. “돈 벌려고 공무원 그만둔 것도 아니고 쫓겨나듯 나왔는데 그런 일까지 있으니 참 힘들었어요. 동사무소 가서 지역의료보험 신청하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이씨는 “시끄러운 것같지만 정작 지역구에서 여성 유권자와 악수도 제대로 못한다”며 “사람을 만날 때 좀더 살갑게 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치인은 공무원과 달리 자칫 거만하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잖아요. 제가 남편 때문에 엄청 과감해졌다니까요.”

지역 차이를 극복해 결혼했지만 딱딱하고 퉁명스러운 ‘경상도 사나이’ 스타일은 여전히 못 마땅한가보다. 얼굴을 마주하면 다른 정치인 흉을 함께 보면서 “니 조심하거래이~”하며 깔깔거리지만 전화 수화기를 통한 남편의 목소리는 언제나 딱딱하단다.

“전화하면 늘 ‘인터뷰 중’이거나 ‘손님 만나는 중’이라고 해요. 어쩌다 받아도 화장실 급한 사람처럼 ‘어어~’ 하다가 확 끊어버려요. 있던 정이 확 없어져버릴 것 같아요.” 그러다가도 자기 급하면 “내 밥 안 먹었대이~” “빨리 들어온네이~” 하면서 재촉 전화를 연거푸 건단다. 밥상 앞에 앉으면 다른 식구들이 앉기도 전에 후다닥 먹고 숟가락을 놓는 매너 없는 남편이라고도 한다.

군 복무를 마치고 중앙대 법대에 복학한 큰 아들은 인터넷 매체를 챙기고 아버지에게 조언도 하는 지원군이다. 어려서부터 담임교사가 “혹시~” 하고 아버지 이름을 물으면 “동명이인”이라고 답하던 둘째 아들은 최근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요즘 보면 옳은 것이라면 시끄럽더라도 밀고 나가야하는 것 아닌가 해요. 사실 정치를 어떻게 시끄럽지 않게 할 수 있겠어요.” 남편이 시끄러운 게 싫다더니, 찰떡궁합 닮은꼴 부부 맞았다.

황성혜 주간조선 기자(coby072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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