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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에베레스트 정복, 차례로 도전!”
"세계 수학계서 2년간 오류 지적 없으면 '해법' 공인…한국인의 수학 능력 사장 막아야"
현상금 100만달러가 걸린 21세기 수학 난제가 한국 수학자에 의해 풀리는 걸까. 전북대 김양곤(55·수리통계정보과학부) 교수가 미국 클레이수학연구소(CMI)에서 발표한 수학 난제 7개 가운데 1번 문제의 해법을 제시, 독일의 논문평가 기관인 젠트랄블라트(Zentralblatt)에서 최근 그 내용을 소개했다. 클레이수학연구소는 2000년 밀레니엄 수학 난제 7개와 상금 700만달러를 내걸고 이 중 한 문제라도 풀면 100만달러를 주겠다고 밝혔다.

클레이수학연구소가 발표한 수학 난제 가운데 1번은 ‘P대 NP’의 문제. P라 불리는 문제집단과 NP라 불리는 문제집단이 있고, P가 NP 집단에 포함되어 있는데, 반대로 NP도 P집단에 포함되겠느냐는 물음이었다. 가령 종이와 연필로 풀 수 있는 문제집단이 P이고, 컴퓨터로 풀 수 있는 문제집단이 NP라면 당연히 P는 NP에 속하는데 그 역도 성립하느냐는 것이다. 역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답은 생각으로는 쉽게 나올 수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를 수학적으로 어떻게 증명하느냐였다.

김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대학 남기봉 교수, 중국 노르말대학 왕슈안홍 교수와 함께 2년 가까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았다. 마침내 지난 3월 SCI(과학논문 인용색인)급보다 한 단계 아래(SCIE급) 내용의 논문을 싣는 인도의 학술지 JAADS(Journal of Applied Algebra and Discrete Structures)에 실었다. 이어 독일 젠트랄블라트는 12월 초 오류 지적이나 부정적인 언급 없이 이 논문 초록을 소개했다. 문제 풀이과정이 워낙 복잡해 인도 논문에 실린 해법의 분량만도 26쪽이었다. 그러나 풀이 과정이 너무 어렵다는 지적이 있자 지난 8월 전북대에서 열린 클레이 수학 난제 관련 국제학술대회에서는 보다 쉽게 풀이하느라 논문의 분량이 60쪽에 달했다. 이번 독일 논문집에는 2쪽 분량의 초록을 실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미국수학회, 그리고 최종적으로 클레이연구소로부터 오류를 지적받지 않으면 해법으로 인정받는다”며 “그때까지 2년쯤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의 해법이 세계 수학계에 공인된다면 풀릴 수 있는 문제들이 많다. 그의 해법은, 대형 파티를 열 때 서로 누구도 싫어하지 않는 사람들만을 추려내는 수리적 방법이 있다는 확신을 준다. 수천 개 과정의 대학수강 편람을 짜는 일이나, 국책사업에서 오류를 미리 막는 일도 쉬워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외계에 생물체나 UFO가 있다는 것도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입증하는 길이 열려, 과학기술자들이 실험과 탐사로 그 물체를 찾아나서게 하는 근거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도 설명한다.

“7가지 난제를 푸는 일은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하는 일로 비유되고 있어요. 분야에 관계없이 똑같이 출발해 어려움을 뚫고 먼저 정상을 정복하는 시합입니다. ‘P대 NP’ 문제 해결을 통해 어떤 과학 문제라도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간이 문제이지 그 일반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갖게 됩니다.”

미국수학회 학술저널 심사위원으로 재임

그는 전공이 대수학(代數學)으로, 7개 난제 가운데 첫 문제가 응용수학적 요소들이 가미되는 뒷 문제들보다 접근이 쉬웠다. 그는 노르웨이 수학자 마리우스 리(M.S.Lie)가 정립한 ‘리 대수’를 보완해 오면서 ‘P대 NP’ 문제의 해법을 좇기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 그는 리 대수에서 간과했거나 오류로 지적된 부분들을 보완하는 S이론을 정립, 2003년 영문 저작물 ‘S-theory’(경문사 간)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10여년간 S이론을 세우고 밀레니엄 난제에 매달리면서 주 몇 차례씩 심야까지 대학 연구실의 불을 밝혔다. 집에 돌아가서도 철야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끼니를 잊은 때도 있었고, 명절에도 연구실에 나와 과제에 몰두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무슨 문제든 끝장을 보아야 직성이 풀렸다.

식사 중 또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꼭 메모했다. 문제에 골몰하면서 한밤중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집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 전조등을 껐는지 확인한 적도 한두 차례가 아니었다. 대학 시절부터 수학에 빠진 그는 수학 말고 변변한 화제가 없어 데이트에서 딱지 맞은 적도 여러 번이었다고 한다. 오로지 수학에 전념하면서 그는 ‘기인(奇人)’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수학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이성의 핵심 영역입니다. 인생의 여러 문제들을 쉽게 분류하고, 그 해법을 찾게 합니다. 수학은 학문, 비즈니스, 사교 등 어느 분야의 과제든 문제로 만들고 해법을 찾게 하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그는 “어려운 인생 문제는 10년이면 해결되지만 수학의 난제는 100년 걸려도 답을 찾지 못할 수 있다”며 “수학을 가까이 하면 어려운 문제들에 지구력과 내성이 생겨 인생이 쉽고 편안해진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우리 교육이 입시에 무게를 두다 보니 고교 때까지 우수했던 수학적 재능이 대학 이후 사장되고, 삶과 직업 활동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사회 및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어릴 때부터 수학과 놀고 즐기게 하는 교육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S이론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의 해법을 계속 찾아가면서, 이 분야 제2권째 저작과 학부생들을 위한 영어 대수교재를 집필하고 있다. 또 틈틈이 클레이수학연구소의 나머지 6개 문제 가운데 네 번째인 ‘버츠와 스위너톤-다이어의 추측’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전주고와 전북대 수학과를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이후 전북대 교수로 재임하면서 이 대학 ‘순수 및 응용수학연구소장’ 등을 지냈던 그는 2002년부터 미국수학회 학술저널인 ‘Mathmatical Review’ 심사위원으로도 재임하고 있다.

전주=김창곤 조선일보 사회부 차장대우(cg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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