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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검찰, 이것이 문제다] 브레이크 없는 ‘검찰권’
‘식구’끼리 봐주며 ‘고무줄’기소 ## ## 느닷없이 수사 종결했다 재수하기도 ## 한국 검찰은 막강하다. 최근 ‘서울지검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으로 현직 수사 검사를 검찰 스스로 구속 기소하게 됐지만 한국 사회에서 검찰 이외에 피의자를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집단은 없다. ‘기소독점주의’ 때문이다. 검찰은 여기에 기소를 할 수도 있고 말 수도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기소편의주의’이다. ‘기소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독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검찰 내부에서 가혹행위가 일어난 사례가 있었지만 법적 문제까지 안된 이유도 바로 기소독점주의와 편의주의 때문이다. ‘끼리끼리 봐주기’식 처리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검사는 직급도 다른 부처 공무원에 비해 훨씬 높다. 사법고시에 합격해 연수원에 입교하게 될 때 5급 사무관 대우를 받으며 검사로 임용되면 4급 서기관 대우를 받는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공무원이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하는 데 대략 10년 정도가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직급 인플레’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고검장부터 차관급이므로 검찰은 법무부 내에 속해 있지만 차관급 이상이 9명이나 있다. 게다가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까지 가지고 있으므로 몇몇 특수분야를 제외하면 사실상 수사권까지 독점하고 있다. 경력 수십 년의 베테랑 형사도 초임 검사로부터 일일이 수사 지침을 받아야 하고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서는 수사를 종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경찰의 숙원이 돼 버렸다. 이같은 검찰권의 비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늘 있어 왔고 특히 검찰권 행사와 관련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의 검찰권 남용과 정권과의 유착도 늘 문제였지만 민주화 정권이라는 김영삼(金泳三)·김대중(金大中) 정부에 들어서도 개선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검찰과 정권과의 유착은 더 심해지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간부급 봐주기’의혹 부풀어 김대중 정부 들어서만 기소됐거나, 기소는 되지 않았지만 언론과 여론의 질타를 받은 비위 혐의 전·현직 검사가 한둘이 아니다. 당장 검찰 수뇌였던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부터 지난 7월 사건 수사 정보 유출 등과 관련해 권리행사 방해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김대웅(金大雄) 전 광주고검장도 같은 사건으로 기소됐다. 김진관(金鎭寬) 전 제주지검장도 지난 7월 부천시 범박동 재개발 시행사인 기양건설산업의 로비스트 김광수씨와의 돈 거래 의혹이 불거져 불구속 기소됐다. 이같은 검찰 간부들의 비리 연루 시리즈는 검찰 위상에 큰 손상을 입혔고 처벌 수위, 수사 과정 등 검찰권 행사에 있어서도 ‘제 식구 봐주기’라는 문제도 계속 제기됐다. 우선 신 전 총장과 김 전 고검장의 경우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 대검 중수부의 수사 착수 사실을 이수동(李守東) 당시 아태재단 상임이사에게 곧바로 알려준 사실이 인정됐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몇 개월 전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한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이 김 전 고검장과 이수동씨의 수차례 통화 횟수와 내용, 시점 그리고 접촉 정황 등 수사 내용을 검찰에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몇 개월 동안 미적거리며 사건 처리를 늦췄다. 신 전 총장은 또 작년 5월 대통령 차남 김홍업(金弘業)씨의 측근인 김성환씨의 부탁으로 울산지검장에게 평창종건의 뇌물 공여 및 불법 대출에 대한 내사를 빨리 끝내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도 받았지만 울산지검은 곧바로 내사를 중단했다. 대검 중수부는 이 사건을 재수사해 심완구(沈完求) 전 울산시장을 구속했지만 신 전 총장이 울산지검에 영향력을 행사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도 없이 수사는 종결됐다. 김진관 전 제주지검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뇌물 의혹을 받은 돈의 원금은 제쳐두고 이자 820만원에 대해서만 대가성을 인정, 불구속했다. 돈을 갚았기 때문에 원금까지 기소할 수 없었다고 했지만 김 전 검사장이 돈을 되갚은 시점은 사건이 언론에 폭로된 직후였고 김 전 검사장의 돈 거래 사실이 확인된 후에도 검찰은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막강 검찰의 이같은 제 식구 봐주기와 기소권 왜곡 사례는 권위주의 시대를 최초로 끝냈다는 김영삼 대통령 정부 때에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5·18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의 ‘오락가락 처리’는 기소권 왜곡의 대표적 사례다. 검찰은 1995년 7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5·18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가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터진 이후에는 같은 범죄에 대해 구속 기소해 처벌했다. ‘공소권’을 독점하는 검찰의 마음에 따라 피의자는 철창 안팎을 왔다갔다 했던 것이다. 그것도 지극히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처음 검찰이 이 사건을 불기소한 것은 “(5·18의 심판은) 역사에 맡겨야 한다”고 한 김영삼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었고 뒤이어 ‘비자금 사건이 터졌으므로 용서할 수 없게 됐다’는 정치권의 입장 변화에 검찰도 따라서 변했다. 이같은 초법적인 정치적 고려 앞에서 일관성 있는 공익의 대변자로서의 검찰의 위상은 사라진 지 오래다. 검찰의 기소권 왜곡 행위는 형법 122조에 의한 직무유기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 혐의를 수사할 수 있는 집단은 검찰 이외에는 대한민국에 없다. 1997년 대선(大選) 직전 터진 ‘DJ비자금’ 사건에 대해 김태정(金泰政) 당시 검찰총장이 “수사하지 않겠다”고 입장 천명을 한 것도 정치권력과 관련한 기소권 왜곡 사례로 꼽힌다. 김 전 총장은 “만약 당시 비자금에 대해 수사를 했다면 광주에서 폭동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같은 논리 속에서 검찰의 정치색은 더욱 짙어졌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다. 그는 DJ 정부 들어 각종 구설수로 시달렸지만 법무부장관에까지 올랐다. 김태정 검찰총장 부인을 무혐의 처리해 법원의 판단조차 받지 못하게 한 ‘옷로비 사건’이나, 수사도 하지 않고 덮어버렸다가 1년 후 다시 사건이 불거지자 사상 최초로 한 사건의 검찰 지휘라인이 모두 사표를 내게 됐던 ‘이용호 게이트’ 등도 대표적 검찰권 왜곡 사례로 기록돼 있다. ●검찰 스스로도 ‘부작용’인정 작년 이용호 게이트 이후 법무부는 상명하복(上命下服) 규정을 개정하고 직권 남용, 불법 체포·감금, 독직 폭행에 한정돼 있던 재정신청제도(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 고소·고발을 당했으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릴 경우 고소·고발인이 직접 공무원 피의자를 재판에 회부해 달라고 관할 고등법원에 신청하는 제도) 대상 범죄를 확대하겠다는 등의 개혁안을 내놨다. 검찰 스스로가 검찰의 기소 독점권을 견제할 수 있는 대표적 장치인 재정신청제도의 대상 범죄를 확대하겠다고 나선 것은 기소독점·편의주의에 기반한 막강한 검찰권의 부작용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을 내부에서부터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2000년 4월 치러진 16대 총선 선거법 위반 혐의자에 대한 재정신청은 18건이 받아들여졌는데 이것은 1996년 15대 총선의 9건에 비해 두 배나 늘어난 수치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대한 또 하나의 예외 조항인 특별검사제 역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가진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한 차정일 특검은 신승남 당시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를 구속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 정권 막후의 실세인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까지 구속하는 등 검찰의 기존 수사가 얼마만큼 부실했는가를 증명해 줬다. 특검이 없었더라면 이런 범죄는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막강 검찰’의 폐해는 제도에서 오기도 하지만 검찰 수뇌부로부터 평검사까지 모든 검찰 인사를 대통령이 쥐고 흔들 수 있는 인사권의 집중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정지역의 득세에 대한 알력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 아들 병역문제와 관련한 수사에서는 검찰 내부의 목소리가 정반대의 방향으로 양분되기도 했다. 서울지검 내에 두 개의 파벌이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알력이 심했던 것이다. 1988년부터 검찰총장의 2년 임기제가 도입됐지만 이 임기가 보장될 것이라는 기대는 검찰 스스로도 거의 하지 않고 있고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역시 권력만 잡으면 마음이 변하는 정치권의 속성 때문에 도입되지 않고 있다. 정권이 바뀌기만 하면 검찰을 전리품(戰利品) 정도로 생각하고 또 인사철만 되면 권력과의 줄대기에 혈안이 되는 정치검사들이 존재하는 한 제도에 관계없이 검찰의 제 모습 찾기는 좀처럼 어려울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의 지적이다. (김덕한 주간조선 기자 duck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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