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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반란] 단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왜곡되고 추락한 남성의 권익 찾자"…
협의회 구성등 `남성운동' 모처럼 기지개
"지하철내 성희롱 경고방송은 왜 합니까. 이는 대다수 건전한 남성까지 잠재적인 성추행범으로 범죄인 취급하는 것입니다." "저소득 모자 가정에는 여러가지 복지 혜택을 주면서, 왜 저소득 부자 가정에는 정부가 무관심합니까. 이같은 불평등은 '모든 아버지는 다 경제적 능력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입니다." "'매 맞는 아내'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매 맞는 남편'에 대해서는 '남자가 오죽 못났으면…'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왜 남편에 대한 아내의 폭력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까." 남성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여성운동이 활발해지고 여성의 사회참여가 급증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소외된 남성들이 "우리 권익과 인간성은 우리 스스로 찾고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특히 IMF로 된서리를 맞았던 '고개 숙인 남성'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는 11월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창립식을 갖는 '한국남성협의회'는 그같은 반란의 한 모습이다. 개별적으로 남성운동을 해온 정채기(38· 대학강사), 정성환(33·PC통신 '남성연구회' 대표), 김재경(45· 동방문화연구소장), 하유설(54·가톨릭 신부), 정송(45·'아버지의 전화' 공동대표), 고용석(38·출판사 대표)씨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한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전개됐던 남성운동이 공식적인 창구를 갖게 되는 셈이다. 남성협의회는 미리 배포한 성명서에서 '남성은 돈 버는 기계 등을 강요당하지 말아야 한다. 잘못 형성되고 강요된 남성다움의 굴레를 벗어던진 채 진솔한 한 사람·집단으로서의 참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남성도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일부 '문제 있는 남성'이 남성 전체를 대표해서는 안되며, 경우에 따라서 남성도 개인적·집단적으로 '역 성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남성학회(AMSA) 회원, 일본남성해방연구회 특별위원을 겸하고 있는 정채기씨는 "남성협의회 결성은 한국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남성운동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미약하지만 우리 사회에도 남성운동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남성운동은 93년 이후 대학가에 '남성학'이란 학문이 소개된 것이 계기가 됐다. 남성학은 대학가, 사회교육기관 등에서 공개특강 형태로 시작됐으며 작년 1학기 부산대, 작년 2학기 신라대에서 정식 교과목으로 개설되기도 했다. 정채기, 조정문(39·대학강사), 권용묵(36· 법무부 공무원)씨 등이 대표적 남성학자로 꼽힌다. 95년 불우한 처지에 놓인 남성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기 위해 개설된 '남성의 전화'도 남성운동의 한 형태다. 이옥(49·여) 소장은 "부인의 외도를 포함한 가정문제, 직장·인생 문제 등 하루 20여통의 상담전화를 받는다"고 말했다. 또 미국인 하유설(메리놀외방선교회) 신부는 미국식 남성운동의 한 형태인 '평등문화를 가꾸는 남성들의 모임' 결성을 주도 했다. 이 단체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억압당하지 않는 평등문화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같은 해 남성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사회· 교육·심리학을 전공하는 소장학자 30여명이 '한국남성학연구회'를 만들었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 등 각종 아버지 모임도 남성운동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96년 이후에는 남성학, 남성운동에 대한 이론서들이 잇따라 출판돼 남성운동에 깊이와 폭을 더했다. '남자만의 고독' '기로에 선 남성' '남자 바로보기' 등 번역서들이 외국 남성운동의 이론과 경향을 전파했으며 '남성학이란 무엇인가' '누가 새벽을 알리는가' 등 국내 저자의 책도 발간됐다. 이들 남성학 서적은 20여권이 넘는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PC통신이 남성운동을 확산시키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성환씨는 "이들 통신을 통한 남성운동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남성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운동에 대해 남성운동가들은 "여성을 가부장적으로 억압하자는 것이 아니라, 남성도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권리를 찾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녀 역 성차별 고발이 이들의 주요 관심사라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이들이 지적하는 주요 역차별 사례는 지하철 성추행 경고방송, 저소득 부자 가정에 대한 지원책 결여, 남성에게 편중된 숙직·야근 등 제도적인 문제에서부터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김재경씨는 "성희롱, 성추행 사건을 판단할 때 남성의 의견이 제대로 받아 들여지지 않고 지나치게 피해여성의 주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 때 여성단체들이 집중적으로 우 조교를 지원했지만, 남성들은 결집체 역할을 할 수 있는 단체가 없어 가해자로 몰린 교수를 돕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남성운동가들은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95년 여성고용 할당제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난 마당에 여성계가 이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혼시 남편에 대한 과도한 위자료·양육비 부과도 남성에게 가혹한 것이며 여자대학교, 지하철의 여성 전용 칸, 여성 전용 주차장 등도 역차별적인 사회제도라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이들은 10대 매춘 상대방의 신원공개, 황혼이혼 등의 사안에 대해서도 반대의 뜻을 명백히 하고 있다. 남성운동가들은 이같은 제도적인 문제 못지 않게 남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머니가 인형을 갖고 노는 남자 어린이를 구박한다든지, 여성적 취향의 남성을 웃음거리로 삼는 것 등은 다 가부장적이고 정형화된 '남성다움'을 중시하는 사회적 편견에서 비롯됐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남성도 개인에 따라서는 눈물 많고, 섬세하며, 감성적이고, 유약한 사람들이 있으며 사회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대학생 이모(23)군은 작년 여자친구와 '편지'라는 영화를 보러 갔다가 매우 난처한 일을 당했다고 했다. 영화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상영시간 내내 흐느끼는 여성 관객들이 많았지만, 남자들은 어색할 정도로 눈물을 참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군도 억지로 참았지만 밖으로 나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찔끔 흘렸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에이, 우는 거야? 남자가 영화 보고 울어?"라고 말해 쑥스럽다 못해 당황했다는 것이다. 이군은 "왜 남자는 영화보고 울면 안되는가"라며 항변했다. 교육열이 높은 김모(48·자영업·경기도 하남시)씨는 작년 가을 딸 (초등학교 2년)의 운동회 사전연습에 참가했다가 '원숭이' 취급을 받았다고 했다. 선생님 지시에 따라 딸과 함께 포크댄스 연습을 하던 김씨는 휴식시간 화장실에 들렀다가 반대편 여자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당황했다. "아까 그 아버지 봤어? 동작이 재미있지? 아휴 우스워라." "혹시 홀아버지 실업자 아냐." 어머니 학부모들의 놀림과 편견에 김씨는 다음날 운동회에는 참석할 수 없었다고 했다. 남편을 '돈 버는 기계'쯤으로 여기는 사회적 편견도 고쳐야 한다는 게 남성운동가들의 지적이다. IMF 이후 많은 실직자들이 이웃집 여자들의 쑥덕공론이 싫어 도시락 싸 가지고 거짓 출퇴근한 것은 이같은 편견의 결과이며, 또 IMF 실직자들이 노숙자로 전락하는 데에도 이같은 편견이 한가지 이유가 됐다는 것이다. '매 맞는 남편'에 대해서도 "남성도 개인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여성보다 육체적으로 약한 사람이 있다는 현실을 인정, 사회가 이를 웃음거리로만 여기지 말고 매 맞는 아내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경씨는 "남성운동에서는 남성에 대한 남성의 편견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남자끼리라도 키, 직업, 결혼 여부, 소득 등을 묻지 않는 것은 물론 성기의 크기와 관련한 농담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기 주간부 차장대우/c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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